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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 대심문관

버드나무맨 2024. 11. 16. 03:27

정치에 환멸을 느낄 때. 

트럼프는 환멸을 먹고 산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을 이겼을 때도 그러했고 8년이 지난 이번 선거에서도 그의 전략은 동일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가 사람들로 하여금 환멸을 느끼게 하는 언사들이 더욱 구체적이고 생생해졌다는 것이다.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발언, 트랜스젠더에 대한 공격적인 언사 등 그가 환멸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더욱 정교하고 날카로워졌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전략을 택했다. 당시에 가장 이길 확률이 높은 후보로 가장 이길 확률이 높은 아젠다(낙태)를 중심으로 이겨야하는 경합지를 중심으로 선거전략을 펼쳤다. 문제는 이 합리성이었다. 예상가능한 범주의 움직임은 예상 가능한 결과를 만든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예외적인 결과였다. 사람들은 좋을 때는 현상 유지, 나쁠 때는 변화를 원한다. 예외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던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은 어떠한 예외도 제시하지 못했다.

 

지금의 민주당은 마치 규모가 커진 기업이 초창기의 비전을 상실한 채 시스템에 의존하여 간신히 조직을 굴리는 모습과 비슷하다. 어떤 조직이 시스템에 의해 움직일 때 반드시 놓쳐지는 정보들이 발생한다. 정보의 손실을 감내하면서 효율을 높이는 것이 시스템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스템 아래서는 충분히 추상화 된 정보만이 유통되고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의 피상성을 띨 수밖에 없다. 과연 지금 민주당의 시스템에서는 유권자들이 느끼는 환멸의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환멸의 감정은 유권자들이 정치가 내 이야기가 아닌 그들의 이야기라고 느낄 때 만들어진다. 정치가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후보자 개인의 서사를 강조하며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대상으로 어필하거나 혹은 먹고 사는 문제를 다루거나.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한국의 노무현이나 미국의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이다. 이 전자의 방법은 후보자의 정체성이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과 부합해야하고 그렇게 형성된 정체성이 그 시대가 원하는 정체성과도 맞아야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후보자 개인에 대한 훨씬 엄격한 검증이 들어가기에 성공할 확률이 낮은 접근이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는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라 생각하는 보편적인 문제이다.

 

실제로 인간적인 매력 관점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이 있던 후보가 아니었던 이상 대부분의 선거는 누가 경제 이슈를 선점했느냐에 의해 결정되었다. 정신보다 중요한 것은 빵과 밥이다. 서사적 차원에서 구세주와 같이 느껴졌던 노무현과 오바마의 재림을 기대하며 살기보다 지금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를 다루기, 오늘 아침에 올라온 버니 샌더스의 인터뷰가 이 부분을 잘 짚어주고 있는 것 같아 생각을 정리해봤다. 

 

먹고 사는 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포함될까?

-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은 반비례한다는 필립스 곡선. 안타깝게도 민주주의 정치 체제 하에서 실업률이 50% 이상 넘어가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체감하는 경제는 인플레이션율에 강하게 연동되어 있다.  과거에는 실업률 혹은 주가가 만들어내는 낙수 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이 있었는데 그게 사라진 지금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해야하는 요소는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다룰 것인가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바이든 행정부는 여러 경제 지표상을 봤을 때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놀라운 성과를 냈지만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했다. 그럼으로써 그들이 쌓아온 많은 경제 성과들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결과를 맞이했다. 근 30년간 보기 힘들었던 놀라운 경제 성과를 만들어낸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 문제로 패배하는 이 아이러니는 민주당이 두고두고 곱씹어봐야할 교훈을 던져준다. 

 

https://www.nytimes.com/2024/11/15/podcasts/the-daily/bernie-sanders-democratic-part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