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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9 - <F1 The Movie>가 보여준 미디어의 미래

버드나무맨 2025. 7. 31. 01:13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부랴부랴 영화를 보러갔다. 마침 가까이 있는 극장에 Dolby Atomos 상영관이 있어 그 곳으로 예매를 하고 보러갔다. 

 

나의 총평은 "아는 맛인데 맛있는 맛. 이게 할리우드지!".

 

리뷰

미국이 21세기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하였다. 이렇게 문화의 중심지가 바뀌면서 관찰된 커다란 미학적 흐름 중 하나는 Pop Culture, 대중문화의 전면적 부상이다. 유럽이 가진 헤리티지가 부재했던 미국에게 Pop Culture는 처음으로 그들이 세계 미학사의 흐름을 주도하며 유럽에 대한 동경과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의 미학적 태제였다. 

 

여기까지는 미학사에서 자주 다뤄지는 이야기이다. 앤디 워홀의 캠벨수프 등 이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이 있지만 사실 내가 미국의 팝 컬처를 가장 강력하게 느낄 때는 미국인들과 식사를 할 때이다. 

 

가끔 미국에서 레시피랍시고 이미 만들어진 버거에 감자튀김을 안에 집어넣어서 먹는 영상이 올라올 때가 있다. '감자튀김과 버거, 이건 그냥 완성품의 재배열 아닌가... 이게 레시피?' 이런 생각이 드는데, 이 기성품, 대량생산 상품의 재사용 및 재해석이야말로 Pop Culture의 핵심이라는 생각을 했다. 

 

<F1 더무비>는 그런 영화다. 아주 전형적이고 예상가능한 캐릭터와 플롯이지만 그것들이 아주 군더더기 없이 제시된다. 맥도날드의 경쟁력은 빅맥이 다른 어떤 음식보다 맛있기때문이 아니다. 맥도날드의 핵심 경쟁력은 엄청나게 많은 지역에 균질한 퀄리티와 기대치를 보장받는 그 시스템이다. 이 영화에 투입된 압도적 자본과 그 자본들의 효율적인 배분과 통제, 이 영화는 할리우드가 세계 영화 중심지인 이유를 역력히 보여준다. 

 

영화 초반부 캐릭터의 대립 구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제시되는 각 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들은 정말 전형적이고 진부하다. 그러나 이것을 문제라고 하는 것은 맥도날드의 버거를 먹으면서 텍스처와 풍미가 어떻니 하는 것과 같은 일 아닐까? 맥도날드의 버거는 미취학 아동도 받아들이고 좋아할 수 있는 맛이다. 이 영화의 진부하다고 느껴지는 캐릭터 구도도 그러하다. 뻔하지만 그래서 흡입력 있다. 

 

이 일관된 강력한 흡입력은 음악에서도 이어진다. 음악이 정말 영상과 잘 어울린다. 정말 팝스러운, 누가 들어도 좋아할만한 아주 훌륭한 음악들이었다. 블록버스터 공무원, 한스 짐머는 언제 어떻게 해야 사람들 가슴이 웅장해지는지 너무 잘 아는 음악가다. 특히 이런 대작 영화와 한스 짐머가 자주 사용하는 관악기의 웅장한 사운드는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리고 한스 짐머가 제작한 OST와 같은 멜로디를 공유하는 Main OST <Lose my mind> 역시도 군더더기 없이 훌륭하다. 약간 The Weekend의 음악이랑 비슷한 느낌인데 역시나 거부하기 힘든 때려박히는 맛이다. 

 

<탑건: 매버릭>을 연출한 코진스키 감독의 작품이라는데 개인적으로는 <F1 더무비>가 훨씬 좋았다. <탑건: 매버릭>은 당연히 전작 <탑건>과의 연결성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을텐데 그래서인지 그 시대의 감성스러움이 <탑건:매버릭>에도 묻어나 아쉬웠는데 <F1 The Movie>는 그런 부분 없이 전반적으로 세련되게 느껴졌다. 

 

시사점

동시에 이 영화는 콘텐츠 소비의 전장이 Youtube, TikTok 등의 SNS 플랫폼으로 바뀐 지금,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들이 어디에 집중해햐나는지 힌트를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1)모바일 디바이스에서 2)세로로 3)자신의 배속에 맞춰 4)숏폼 형태의 콘텐츠를 소비한다. 대형 TV, 스크린 앞에 고객을 앉혀두고 생산자의 속도에 맞춰 소비를 소비하게 만드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아직 그나마 유일하게 대형 TV, 스크린 앞에서 몇 시간에 걸쳐 라이브로 영상을 보게 만들 수 있는 영역은 스포츠와 공연인 것 같다. 전통적 미디어 회사들의 유일한 탈출구로 보이는 스포츠와 공연 IP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 더욱 더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F1 The Movie>와 같은 포맷이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진짜 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의 관점에서 불확실성이 높다. 리버풀과 맨유가 경기를 한다했을 때 0:0의 아주 재미없는 게임이 될지 3:2의 치고 박는 치열한 게임이 될 지 알 수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소비자를 TV 앞에 앉힐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확실한 재미를 주는 다른 대안들에 비해 스포츠가 가진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F1 The Movie>는 스포츠에서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부분만 떼어놓아 만든 일종의 스포츠 하이라이트 같은 콘텐츠다. 아무리 재미없는 경기도 하이라이트로 만들어내면 재밌을 수 있다. 이 하이라이트로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삶에서 영화적 순간을 추출해내는 과정이다. 더 까탈스러워진 소비자들을 위해 이 추출의 작업은 앞으로 더욱 고도화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스포츠와 영화는 그 점에서 핏이 잘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최강 야구>, <골 때리는 그녀>, <무쇠소녀단> 와 같은 콘텐츠의 인기가 이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강 야구>같은 콘텐츠가 진짜 스포츠도 아니고 그렇다고 예능도 아닌 되게 애매한 포맷의 콘텐츠라 생각해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F1 The Movie>와 같이 스포츠에서 영화적 터치를 가미한 콘텐츠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콜로세움 극장에서 검투사와 사자의 결투를 지켜봤던 우리의 DNA는 아직 바뀌지 않았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