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흑백요리사 감상 후기 - 골방의 유혹

버드나무맨 2026. 1. 15. 15:00

최강록의 영상 중 인상깊게 본 영상이 있다. 

 

3년 전 본인의 채널에 올라간, 장안의 화제인 “깨두부”를 쑤는 영상이다. 그의 말대로 깨두부에는 근성이 필요해보였다. 근성이면 뒤질 것 같지 않은 그도 30분 내내 저어야 한다는 원래의 공식을 깨고 15분 정도에 냄비에서 깨두부를 꺼낸다. 

 

이 영상의 많은 댓글은 그가 말한 근성과 여러 곳에서 보인 그의 성실함과 우직함을 연결지으며 큰 감동을 받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나 역시 깨두부에 담아낸 그의 이야기가 무척 감동적이라 생각하지만 이 영상에서 내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파트는 따로 있다. 

 

영상의 마지막 쯤에 PD가 깨두부를 시식하는 동안 최강록은 이렇게 공들여 만들었지만 깨두부는 이틀만 지나도 식감이 달라져 버려야 하는 음식이라며 공들여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떻게 잘 팔지 생각하는게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그답지 않게 꽤나 직설적이게 말하는데, 골방같은데서 맛있는 음식 만드는 것은 자기만족이라 말한다. 결국 그 다음 재료를 사기 위한 릴레이가 이어져야 한다며 힘들인만큼 그 대가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강록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꽤나 임팩트가 컸다. 누구보다도 골방 속 탐구를 잘할 것 같은 캐릭터가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누구에게나 골방의 유혹이 있다. 일이 잘 안 되면 그 유혹은 더 커진다. 어딘가 깊숙한 곳에 들어가 골몰하며 아무도 모르는 답을 찾아내는 모습, 모두에게 이런 낭만적 환상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에 가깝다. 때로는 천박하게 보일 정도로 당장의 생계를 해결하며 다음 기회를 도모하는 일, 오히려 훌륭한 창작자의 삶은 이런 모습에 가까운 것 같다. 이런 주제가 나오면 항상 드는 예인데 반 고흐도 어떻게 그림을 팔지 고민을 많이 했었고, 박찬욱도 본인을 상업 영화 감독이라 생각한다. 

 

재료비와 가스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조려버리는 최강록조차도 어떻게 것인지에 대해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는데 나도 골방의 유혹을 떨쳐내고 벌이에 대해 진지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