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보빙사

모던 보빙사 EP12 - I'm a creek

버드나무맨 2023. 11. 12. 12:42

미국의 쓰레기 수거 시스템. 가지 색깔로 구성된 쓰레기통이 있고 매주 수요일 도로에 꺼내놓으면 수거해간다.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노동 강도가 높은 업무는 도대체 얼마를 줘야하는지, 어떻게 사람들이 일을 하게 만드는지 궁금했다. 오늘 답을 알았다. 여기서도 답은 자동화이다. 쓰레기차 옆에 커다란 로봇팔이 달려 있는데 이게 통을 집어서 그냥 쓰레기를 부어넣는다. 사람의 개입이 거의 없다. 표준화와 자동화를 통해 구축한 엄청나게 효율적인 시스템이었다. 운전 중이라서 사진 촬영은 못했지만 대충 이런 느낌.

 

미국에서 정말 문화가 다르다고 느낀 부분 하나가 인건비를 대하는 태도이다. 흔히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야근이 없다며 선진적인 기업 문화라고 부러워하는데, 이러한 문화는 회사의 선의로 유지되지 않는다. 회사마다 급여 체계가 다르긴하지만 내가 다니는 곳은 출퇴근 시간을 엄격하게 기록하고 근무시간을 초과했을 오버타임 페이를 지급하는데 금액이 크다. 그래서 고용주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직원들이 일을 마치고 있게 해야한다. 그리고 이렇게 직원의 근무 시간이 비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니 직원의 효율성을 향상시켜줄 있는 SaaS 도입에 굉장히 적극적이다. 지금 내가 다니는 곳만해도 IT와는 거리가 물류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다양한 SaaS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에서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보다 다양한 같다.

 

특히 내가 어떤 솔루션으르 찾아 사용해도 되는지 물어봤을 들었던 답변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솔루션 유료 플랜을 결제해도 되는지 여쭤보니 윤기 시간 2시간만 아껴줘도 이득인거 아니냐는 답을 들었다. SaaS 회사들이 누누히 말하는 논리가 사용자의 입에서 나오는 모습이라니. 정말 SaaS 비즈니스가 수밖에 없다.

 

포괄임금제와 한국인의 근면성실함이 SaaS 비즈니스의 가장 적이 아닌가 싶다. 쓰레기 수거와 같은 일을 때에도 한국의 노동자들은 직접 들고 옮기는 수고스러움을 직접 감내하지 않는가. 여기서는 노동자들이 참지 않는다. 그래서 고용주가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혁신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참고 묵묵히 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전에 기성용 선수가 이제는 축구 보면서 정신력 얘기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인터뷰를 적이 있다.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동지애까지 느낄 있을 정도로 정말 와닿고 속시원한 인터뷰였다. 제발 사람들이 영상을 많이 보며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정도였다.  단기적으로 정신력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효율적인 시스템이 승리하게 되어있다. 조금 나은 효율성은 복리에 복리를 거듭하며 결과적으로 훨씬 차이를 만들어낸다. 인내심과 정신력은 유한한 자원이다. 유한한 자원을 매번 소모하며 꾸역꾸역 이겨낼 것인가 아니면 비축해두고 정말 중요한 순간에 꺼내 것인가

 

조금의 비약이라 생각하지만 저출산 문제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정신력, 근면성실함이라는 자원을 경쟁적으로 소모하는 사회에서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있을 리가 없다. 일종의 공유지의 비극이랄까. 공유지의 비극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이러한 근면성실함에 적절한 가격을 책정하는 방법밖에 없다. 식당에서 김치를 공짜로 주면 아무도 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아무도 김치를 공들여 만들지 않게 된다. 공짜 김치의 악순환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집주인 아주머니가 음식물쓰레기 검은통에 버리라고 했는데 찾아보니 2022 1월부터 초록색 통에 버리는 것으로 법이 바뀌었다고 한다. 초록색 통은 마당이나 정원에서 나온 , 잡초 같은 것들을 버리는 통인데, 기존에는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던 음식물 쓰레기를 Composable 쓰레기로 초록색 통에 버리도록 법이 개정되었다고 한다. 아마  뉴스를 접하지 못해 아주머니는 계속해서 검은색 통에 버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LA에서 시간정도 가면 온천이 있다는 말을 듣고 가보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차를 타고 가다보면 황량한 산들을 많이 보게 된다. 사막성 기후로 키가 작은 관목들이 듬성듬성 있고 대부분 흙으로 덮여 있는 그런 곳들인데, 저런 곳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딥크릭온천으로 가는 길이 그런 곳이었다. 비포장도로를 거쳐 차를 세운 , 딥크릭 온천으로 가는 트레일에 들어갔는데 이런 풍경의 연속이었다. 국립공원같이 관리된 곳이 아니어서 태양과 앞서 사람들이 걸어놓은 속옷을 보며 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했다. 골짜기를 내려갔다가 올라가기도 하고, 높은 경사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시간정도 걸어가니 깊은 골짜기와 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능선을 따라 골짜기로 내려가보니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물에 발을 담그는데 엄청 차갑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이상할 정도로 차가운 물이었다. 목까지 차오르는 찬물을 지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보니 조금씩 물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이 좋은 스팟이 있다고 알려줘 쪽으로 갔는데 기가 막힌다. 정말 온천이 있었다. 물에 들어가야해서 핸드폰을 들고가지 못해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 깊숙한 곳에서 온천을 즐기며 태양을 있는 곳이었다. 등산과 사우나, LA 최고의 아저씨 코스였다.

이런 곳을 지나가다보면

 

계곡과 온천이 나온다. 줄타기도 한다.
저 하이킹 가방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같이 온천을 즐긴 어떤 분이 이야기해줬는데 찰스 맨슨이 자주 오던 곳이라 한다. 말을 듣고 보니 오는 길에 봤던 동네들의 분위기가 쿠앤틴 타란티노의 원스어폰어타임인 아메리카에 나온 맨슨 패밀리들이 모여사는 동네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외딴 곳에 있는 따뜻한 물이 나오는 온천은 정말 히피들에게는 천국같은 곳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할 때쯤 돌아오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사막은 빠른 속도로 차가워졌다. 때는 지름길같아보이는 길을 택해서 왔는데 비슷해보이는 언덕을 오르내리며 헤매다보니 원래 길과 시간이 비슷했다. 오는 길에 아예 캠핑 장비를 갖추고 바베큐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사막-바베큐-좋아하는 사람의 조합이 완벽해보였다.

 

돌아오는 길

비포장도로가 많아 캠리가 고생을 했다. 캠리로 와도 되나 싶었는데 도착해보니 몇 십년된 올드카를 끌고 온 사람도 있었고 저런 귀여운 차를 끌고 온 사람도 있었다.

 

고기를 구워먹기로 하고 어떤 부위를 사야할지 고민하다가 소고기 구이용 부위와 돼지 어깨살, 그리고 꼬치를 샀다. 곳에서 굉장히 좋은 서비스라 생각한 것이 고기를 구입하면 바베큐 시즈닝을 무료로 해준다. 관광지를 찾아온 손님들의 니즈를 정확히 꿰뚫어본 서비스라 생각했다. 마치 한국에서 파채를 주거나 고기 찍어먹는 소스를 주는 것과 비슷한 서비스랄까..

 

숙소에서 바베큐 그릴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바베큐를 하지는 못했고 안에서 프라이팬과 오븐을 이용해 구워먹었다. 예전에 샘스클럽에서 매시드 포테이토를 곁들여 먹었는데, 매시드 포테이토 가루는 정말 유용하다. 매시드포테이토가 맛이나 쓰임새에 비해 공수가 많이 드는 ROI 나오는 음식이라 생각했는데 가루 방이면 매시드포테이토가 바로 완성된다. 소고기와 감자를 먹어갈 때쯤 오븐에 넣어놓은 돼지고기와 꼬치구이가 완성되었는데, 무는 순간 진짜 "맘마미아"라고 외쳤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감탄사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탄성이었다. 소고기, 돼지고기로 이어지는 만찬을 즐기며 이센스의 Anecdote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녁을 먹으며 나눈 대화 내용의 요약

- 극과 극은 통한다. 르세라핌의 광팬이 있다고 하자. "안티프래질"을 더 잘 즐기기 위해 파고 파다 나심 탈레브의 철학에 심취하게 된다. 반대로 나심 탈레브의 광신도가 있다고 하자. 매일 안티프래질과 관련된 업데이트를 찾아보다 한국의 아이돌 르세라핌이 안티프래질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노래를 들어보는데 기가 막힌다고 생각한다. 

(르세라핌이 LA 왔다갔다. 올거면 미리   하고 오지.)

- 매일 10분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콘서트장에서 보는 것 같이 즐길 수 있다면 무조건 쓸 것 같다. VR은 처음에 사기가 어렵지 사면 무조건 하루에 10분은 쓰지 않을까? VR은 정말 중독을 만들어내는 엄청난 아이디어가 아닐까?

 

다음 아침에는 애로우헤드를 산책했는데 아침에 애로우헤드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호수의 잔잔한 물결과 일렁이는 햇살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줬다. 호수를 둘러싼 단풍의 풍경도 근사했다. 사유지가 많아서 둘러볼 있는 곳이 많지는 않았지만 호숫가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만약 VR기기에서 애로우헤드의 정취를 느낄 있다면 무조건 사용할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앱이 사람의 10분을 차지하는데 성공했을 예상되는 잠재적 가치를 생각하면 VR 가진 가치가 어마어마할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나온 퀘스트 3 전작에 비해 사용성이 대폭 개선되었다고 하는데, 모두가 비웃지만 저커버그가 꾸준히 메타버스를 미는 것은 이런 기회와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다시 "보는 것의 " 느낀 시간이었다.

 

캘리포니아 서머타임. 아침에 눈떠보니 차의 시간과 핸드폰 시간이  맞는다. 핸드폰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확인하는 요즘 차에 있는 시계 빼고는 딱히 바꿔야할 시계는 없었다. 근데 생체 리듬이 진짜  깨진다. 시간은 갑자기 바뀌었는데 몸은 예전 시간에 익숙해 있으니 일찍 졸리고 일찍 일어나게 된다. 몸은 그대로인데 출근 시간이 늦춰진 느낌? 그나마 여름에서 겨울 넘어갈 때는 괜찮은데 겨울에서 여름으로 바뀔 떄는 원래 리듬보다 한시간씩 일찍 출근해야해서 교통사고 빈도가 증가한다고 한다. 그리고 퇴근할  원래 시간보다  시간 늦춰진 것이니 굉장히 깜깜하다. 한국에서는 서서히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면 여기서는 서머타임 제도때문에 중간에    점프가 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불편하고 귀찮은 제도를   바꾸는지 모르겠다.

 

집 앞 도서관에 들렀다. 도서관은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도서관에 구비된 잡지에 Foreign Affairs가 있다는 점. 학교 다닐 때나 빌려볼 수 있었던 이런 잡지를 이런 동네 도서관에서도 볼 수 있다는 점이 참 부러웠다. 

 

마트에 갔는데 메론이 1달러다.

단감도 판다. 

 

한국거봉, 샤인머스캣이 있었다. 샤인머스캣은 무려 K-grape라는 이름으로 현지 포도의 몇 배가 되는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다. 다시 한 번 K의 위력을 실감한다. 

 

구아바를 먹어봤다. 약간 서양배랑 사과랑 모과 섞어놓은 느낌. 신데 푸석하며 수분이 많은, 어색한 맛과 식감의 조합이다. 처음에는 이상했는데 먹고  후의 개운한 느낌이 나쁘지 않은  같다. 구아바 먹다보니 백현진의 모과가 듣고싶어 출근길 내내 그 노래를 들었다. 다시   정말 아름다운 가사라 생각했다. 모과만 있어도   있을 것만 같은,  소중한 느낌을 느껴본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

순간 우린

정말 다소 과장하면 한순간 정말 모과만 있으면

한순간 완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네

다 필요 없고

모과와 너만 있으면 

"

 

About Warehouse

역시 절대 첫번째 생각한 솔루션은 정답이 아니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다보니 오히려 첫번째에 그럴싸하게 답이 잘 나오면 더 경계하게 되는 것 같다. 지난 번 Warehouse에 대한 문제와 솔루션을 생각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문제를 파고들어봤다.

 

왜 관리를 못하지? -> 들어올 때 기록을 안 남기니까? -> 바코드를 찍지 않나? -> 들어오는 물건의 양이 많으면 다 바코드를 스캔하기 어렵고, 바코드가 바깥으로 노출되어 있지 않은 채 적재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일단 바코드를 먼저 해결해보기로 했다. 멀티 스캔을 하거나 카운팅을 알아서 해주는 툴이 없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있었다. 그래서 바로 데모를 신청하고 미팅을 진행했다. AI 비전을 이용해 바코드를 인식하고, 박스와 박스개수를 알아서 세주는 솔루션이었는데 그래서 학습에 필요한 샘플 이미지를 보냈다. 그 외에도 바코드 스캔과 관련해 제공되는 솔루션이 몇 가지 더 있어 병렬적으로 검토해보려고 한다. 

 

이렇게 바코드 쪽 솔루션을 찾고나서 다시 한 번 물어봤다. 바코드 스캔이 완벽하게 이뤄진다고 했을 때, 그래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왜 발생할지, 이동 로그를 볼 수 있으면 언제 쓸 것 같은지를 확인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물건이 제대로된 위치에서 피킹이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 예를 들어 3층에 있는 물건을 내보내야하는데 1층에 있는 물건을 내보내는 경우가 있다.

2. 만약 잘못 나갔을 때 언제 나갔는지 알기 위해 

  • 랙에 공간이 없어 따로 빼놓았는데 잘못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언제 나간 것인지 확인을   있어야 한다.

3. 입고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 정말 들어온다고 위치에 맞게 입고가 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다시 이 문제를 문제 중심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비전, 카메라, 이동로그 다 제껴두고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찾아보려고 한다. 이 과정은 신나면서도 진이 빠진다. 만약 문제를 해결하면, 문제를 해결했기에 기쁘지만 동시에 더이상 나의 아이디어가 사업으로서 가치가 없음을 확인하는 것이기에 괴롭다. 그래서 머리가 참 복잡해지는데 경험상 이럴 때는 그냥 문제를 푸는 것에 집중하는게 맞는 것 같다. 순수하게 문제를 풀어내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집중하며 그것을 즐기는게 더 좋은 몰입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그래서 다음 한 주는 바코드가 잘 작동한다고 했을 때 발생할 저 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오롯이 집중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