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보빙사

모던 보빙사 EP13 - Movie Night

버드나무맨 2023. 11. 20. 14:49

동네 앞산을 다녀왔다. 높은 건물이 없어서 동네 앞산인데도 경치가 시원하게 뚫려있다. 여기는 한국보다 훨씬 건조한데 산들이 높다보니 웬만한 계곡에 물이 흐른다. 비가 오든 말든 일단 높은 산으로 계곡의 물을 채우는 것이 정말 미국의 자연환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관에서 Killers of the Flower Moon 봤다. 미국에서 처음 보는 영화로 정말 어울리는 영화였다. "있는 그대로의 미국사"같은 느낌. 스콜세지가 오랫동안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했다는데 그게 정말 느껴지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나서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는 무엇이고 그러기 위해서 지금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라라랜드를 만든 데미언 셔젤은 처음부터 라라랜드를 만들고 싶었지만 그런 규모의 영화를 만들어낼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위플래시부터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위플래시-라라랜드가 연달아 흥행했고 결국 바빌론이라는, 자신이 정말 다루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만들 있었다.

 

쿠앤틴 타란티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은 배우들에게 의상도 제공되지 않는 저예산 영화였다. 저수지의 개들을 시작으로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한 타란티노도 결국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로 원스어폰어타임인할리우드라는 영화를 만든다.

 

놀란도 이번에 개봉한 오펜하이머가 자신이 정말 다루고 싶었던 이야기였다고 밝힌 있다. 그래서 오펜하이머에는 놀란이 이전 작품에서 해온 다양한 영화적 기법들을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이 정도였다. 아무튼 이전 작품들을 디딤돌 삼아 오펜하이머라는 걸작을 만들어냈다.

 

Killers of the Flower Moon 보면서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스콜세지가 그동안 만들어온 자신만의 스타일로, 자신이 다루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룬 느낌이었다. 이렇게 사람들 앞에 자신의 스타일을 뚜렷하게 보여줄 있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보고나서 어렸을 봤던 아르센 뤼팽 소설에서 뤼팽이 어떤 도둑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어떤 도둑이 되고 싶다는 없고, 사건을 보고 사람들이 "이런 뤼팽만이 있는 사건이야"라는 말을 하는 그런 도둑이 되고 싶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세상에 선보일 스타일을 만든다는 것이 거창하고 어려운 일인 같다가도 엄청난 거장들도 평생동안 편의 영화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면 조금 위안이 된다. 많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보다 가지 정말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한 같다. 평생동안 내가 만들 있는 영화는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스콜세지의 영화는 내가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스타일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훌륭한 영화였다.

 

영화관은 근처 쇼핑몰에 있었는데 내가 여태껏 중에 가장 한국의 분위기랑 비슷한 곳이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랑 비슷한 구조여서 굉장히 친근하고 정말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쇼핑몰이라는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공간을 통해 고향의 정서를 느낀 아주 신기한 경험이었다. 특히 한국적이었던 부분은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는 점이었다. 6시만 되면 하루가 끝나는 분위기인 동네에 살면서 사람들은 정말 밤에 아무것도 안하나 궁금했는데 다들 쇼핑몰에 있었다. 주말 쇼핑몰은 한국만큼이나 북적이고 활기찼다.

미국의 쇼핑몰, 인생네컷도 있다. 

이러한 쇼핑몰의 분위기와 별개로 영화관에서는 쇠락하는 극장 산업의 분위기를 여실히 느낄 있었다. 정말 휑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팝콘은 엄청 비싼데 한국의 카라멜 팝콘에 비할 바가 된다. 팝콘도 맛없고 사람들도 없고. 영화관 간격은 한국보다 훨씬 넓어 쾌적했는데 영화 관람 매너는 별로였다. 뒤에 MZ 세대로 보이는 무리들이 왔는데 거의 안방에서 넷플릭스보듯 떠들어댔다. 앞에 앉은 사람이 눈치를 주는데도 아랑곳 않고 떠들고 중간 중간 극장을 떠났다 나왔다 산만했다.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세대들에게 3시간이 넘는 영화를 보는 일이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 처음에 와서 주문할 때 콜라를 시키기 위해 Coke라고 하면 어디서 받아가면 된다고 설명하는데 그 때 이 단어 Fountain을 캐치를 못했었다. 이런 fountain 주문할 때 Small size Coke같이 사이즈를 함께 말해주면 한 번에 주문을 할 수 있다. 미국의 식당에서 이런 탄산음료는 거의 당연하다는듯이 Refill이 되는데 그냥 한국의 반찬이라 생각하면 되는 것 같다. 우리도 메인 메뉴에 밥만 먹기도 하지만 반찬 없으면 섭섭한 것처럼 미국 음식에서 탄산음료가 빠지면 약간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반찬을 리필하기 위해 돈을 내야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여기에서도 리필은 디폴트다.

 

미국에 있다보면 애플의 기능들을 활용하게 되는데 영화 예매를 온라인으로 했더니 캘린더에 추가되고 방해금지 모드가 알아서 제안이 된다. 그리고 새로산 에어팟 한 쪽때문에 Apple Customer 서비스에 전화할 일이 생겼는데 정말 놀랍다. 일단 고객 확인 여부를 묻는 메시지가 핸드폰으로 오는데 문자나 이런게 아니라 진짜 ios 알림으로 온다. 그리고 연결과정에서 음악을 고를  있는 옵션이 4가지나 주어진다. 모던 , 클래식, 재즈, silence. Apple은 정말 감동을 준다. 

 

미국의 홈파티에 다녀왔다. 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 알게 계정인데 커뮤니티 빌딩을 잘해가는 모습이 궁금해 직접 참석해봤다. 홈카페를 운영하는 이벤트였다. 정말 집에서 열리는 이벤트였는데 위치가 다운타운 쪽이었다. 다운타운 분위기는 정말 살벌한데 비까지 오니 우중충한 느낌이 배가 된다. 가는 길에 사람들이 많이 서있길래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무료로 음식 나눠주는 앞에 서있던 줄이었다.

 

쪽은 주차 자리를 찾는게 정말 힘들다. 길가에 있는 자리를 발견해 주차하려는데 바로 풀밭에 약에 취해 뒹구는 사람이 있어 다른 곳을 찾아봤다. 다행히 주차할 곳을 찾고 가는데 나와 비슷하게 주차를 마친 분이 혹시 행사에 가냐고 물어봤다. 릴리라는 친구였는데 굉장히 밝고 다정해 낯선 사람밖에 없는 이벤트의 좋은 아군이 되어줬다. 대만에서 경험도 있고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LA 좋은 곳을 공유하다 Deep Creek Hot Spring 이야기했더니 자기도 몰랐던 곳이라며 신기해해 아주 뿌듯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하고 싶은 F&B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는데 가지 레퍼런스를 찾아줬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김밥을 엄청 좋아한다고 말했다. 나에게 어떤 김밥 제일 좋아하냐고 물어봐서 묵은지 들어간 좋아한다고 얘기했는데 묵은지에 대한 설명을 듣더니 굉장히 흥미로워하며 여기서도 그런 김밥이 있는지 물어봤다. 이런 자리가면 처음 이야기를 꺼내는게 어려운데 다행히 좋은 시퀀스로 대화를 있었어서 시간을 보낼 있었다.

 

이런 자리 나가다보니 자주 사용되는 대화 패턴이 있다. 일단 이야기 활발한 곳에 엉거주춤 서있다가 타이밍을 봐서 이름을 말한다. 그러면서 여기 온지 얼마 된다고 말을 하면 다들 어디서 왔고, 왔고 등등 물어봐준다. 그러면서 이야기하고 너는 어디 살아, 너는 뭐해로 물어보면 대충 이야기가 진전이 된다. 이런 행사 자주 오는지, 주말에 뭐하는지, 추천해줄만한 있는지 물어보면 사람과 충분한 이야기가 되고 그러면 이제 슬슬 물을 마시러가거나 앉으러 가거나 화장실을 간다고 하며 자리를 뜨고 다른 대화에 끼면 된다. 이전에 들었던 ESL보다 훨씬 영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같았다. 때까지만 해도 갈지말지 고민이 많았는데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신기했던 점, 이전에 초대받았던 파티에서도 느꼈지만 아기들 데리고도 온다. 한국에서는 애가 생기고 나면 부모의 사회적 관계도 아이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 같은데 여기서는 애기들 데리고 같이 온다. 아이를 갖기로 했을 때 찾아오는 삶의 변화가 더 적은 모습이었다. 

 

다운타운까지 김에 LA Central Library 들렀다. 주차 자리 찾기 어려운 이곳에서 LAPL 이용자는 1시간에 $1라는 엄청난 가격으로 주차장을 이용할 있다. 혹시라도 LA 다운타운 있으면 곳에 주차하기를 권장한다.

 

예전에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도서관 카드 발급이 가능할 한국에서 몰래 카드를 발급받아 e-Book 열심히 봤었는데 코로나가 풀리며 방문 인증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California 거주자로서 도서관 카드를 발급받게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도서관의 규모는 상당했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만했다. 규모가 와닿는 순간 하나는 아예 책장 면이 인물로 가득차있는 것을 봤을 때였다. 워런 버핏 섹션같은게 아예 따로 갖춰져있는 곳을 보고 자료의 방대함이 다시 와닿았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아직 마이너인 추리소설 섹션이 꽤 컸다.

 

근데 읽는 환경은 좋지 않았다. 공공 도서관이다보니 다운타운의 없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심지어 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까지 봤다. 그래서 안에서 읽기는 포기하고 전자책만 빌렸다

 

최근에 읽고 있는 목록인데 The Power of Intuition 엄청난 책이다. ( % 낮은 리디페이퍼로 옮겨서 보고 있기 때문. 보고 것처럼 말하는 아닙니다!!) 책의 메시지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분석은 Shit이다. 분석하기 전에 너가 가지고 있던 느낌(Intuition) 믿고 따라라."이다. 

 

최근에 Christopher Alexander 사상을 찾아보고 있는데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살아있는 느낌이 중요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이게 주관적인 개념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좋은 공간과 좋은 공간을 구분할 안다. 예를 들어, 아래 이미지를 봤을 무엇이 살아있는 것에 가까운지는 고를 있지 않은가. 살아있는 느낌이 유지되는지를 계속 감지하며 공간에 무언가를 더해나가야한다고 CA 말한다.

Christopher Alexander 말하는 방식은 Timothy Gallwey가 테니스나 골프를 배우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것과 비슷하다. 각도를 어떻게 하고 다리를 어떻게 하라는 코치의 지시는 동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절대 생각해낼 없다. 팔과 발에 느껴지는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 좋은 스윙, 샷이 나왔을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상상하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동작을 수행해야겠다는 의식적인 노력에서 벗어나 느낌에만 집중하라는 것이 Timothy Gallwey 말하는 코칭의 핵심이다.

 

Gary Klein의 책은 이러한 직관적인 결정들이 효과적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를 들었을 떠오르는 궁금증, 예를 들어 "그러면 어떻게 결정을 개선하지?", "분석은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인가?", "직관이 틀리는 경우가 없을까?" 대한 답도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책에서 이러한 직관적 의사결정 대신 어떤 순서나 방법론을 아는 것이 일을 아는 것으로 여겨지는 조직은 위험하다는 말을 하는데 너무 공감되는 말이었다. 특히 스타트업 방법론에 빠져 스크럼 어쩌고, 회고 어쩌고 하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문장이었다. 그냥 하는게 최고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에 내가 Warehouse 비롯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게 있는데 이번 주에 많은 업데이트가 있을 예정이라 내용은 다음 보빙사 공유하도록 하겠다. 아주 신명나게 일하고 있다!

 

이건 그냥 웃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