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보빙사 EP 20 - 실버레이크
마음의 고향을 찾았다. 나름 이태원 한남동 경리단길, 한국의 가장 힙한 곳에서 지냈던터라 LA에서 채워지지 않는 힙함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LA에 처음왔을 때 가고 싶다고 했던 실버레이크를 다녀왔고 목말랐던 힙함에 대한 갈증을 채울 수 있었다.
정말 어떻게든 달라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느낌이었다. 굉장히 단정해보이는데 구멍이 숭숭 뚫린 블라우스나 딱 봐도 시선을 사로잡는 핏의 청바지, 하다못해 양말 색깔까지 아주 가지각색이었다. 한국에서 힙하다고 불리는 동네를 가면 그 동네를 지배하는 어떤 주류 트렌디 스타일이랄 것이 있는데 여기는 그런 스타일도 있긴하지만 훨씬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해있었다. 그리고 요즘 유행한다는 올드머니룩, Nerdy스타일할 때 우리가 찾아보던 레퍼런스 이미지가 실제로 걸어다니는 느낌이었다. 빈틈없이 매혹적인 스타일의 바리스타 분이 주문을 받고 있어서 떨리는 마음으로 주문했다. 어떻게 저렇게 자신에게 딱 맞는 스타일을 찾으셨는지, 그런 사람에게 풍겨지는 당당함과 아름다움에 절로 마음이 이끌렸다. 나는 예뻐서 예쁜 것보다, 전형적인 예쁘고 멋진 스타일로 멋내는 것보다 자신에게 딱 맞는 스타일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이 좋다. 마치 어향가지의 미학이랄까. 가지로 이런 맛을? 이라는 감탄을 하게 만드는 반전이 아름다움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바리스타가 돌아가면서 주문을 받는데 주문 받을 떄 거짓말 안하고 호구조사 뺴고 다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나는 어떤 종류 우유 마실거냐는 질문 정도로 끝났는데 내 앞 사람은 스웨터 예쁘다, 어디서 샀냐, 너도 예쁘다, 너무 화창한 주말이다, 원래는 뭐하냐 등등의 이야기를 커피 주문하면서 나눈다. 줄이 문밖까지 이어져있는 지금 이 상황에 전혀 개의치않고 스몰토크를 이어가는 그들의 여유가 참으로 대단했다. 사업적으로 회전율을 높여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디즈니랜드가 생각이 났다. 사람들은 쉽게 흥미를 잃으니(특히 엔터테이먼트 관련한 영역에서는) 고객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항상 제시해줘야하는데 새로운 놀이기구를 놓거나 새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반면, 캐스트와의 대화는 매번 새로워질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재방문을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캐스트와의 인터랙션을 풍부하게 만들어내는 것일거다. 이렇게 본다면, 카페에서도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바꿔 새로움을 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바리스타와의 인터랙션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재방문을 높이는 전략일 수 있다. 마치 정우성이 본인의 얼굴은 매일 볼 때마다 짜릿하고 새롭다고 하는 것처럼 사람이 가장 새롭고 짜릿할 수 있다.
이렇게 거창하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10분 이상 그 분위기를 견디기 어려워 커피를 빠르게 해치우고 자리를 떴다. 내 안에 있는 이 I don't belong here라는 패배자적 마인드를 깨부숴야하는데 힙한 사람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너무 대충 입고가서 그런 것도 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나한테 1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괜히 작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곳 방문을 마치고 LA와서 처음으로 기온이 아닌 다른 이유로 옷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음에는 신경써서 챙겨 입고 자신감을 무장한채 방문할 예정이다.
편한게 만드는 것은 한국이 잘하는데 그 중 하나는 카페다. 여기 있는 카페들은 의자없이 벽면 따라 걸터앉을 수 있게만 해놓는 곳도 많고 콘센트는 기대하기도 힘들다. 한국처럼 그냥 들어가서 아이스아메리카노 시켜놓고 몇 시간 앉아있을만한 공간은 거의 없다. 한두시간 지나면 허리가 아파서 자리를 뜰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짬밥이 생겨서인지 이제 조금 편할 것 같은 카페를 찾는 요령이 생겼다. 바로 아시아 커뮤니티에 있는 카페에 가면 된다. 그러면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 그들을 위해 작업 환경이 다른 카페들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
정신없고 눈감으면 코베어가는 LA 다운타운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나만 알고 싶은 꿀팁인데, LA 다운타운에서 조금 한적한 곳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다면 공동 묘지를 가면 된다. 미국의 공동묘지는 음산한 분위기보다는 추모공원처럼 꾸며져있어 적당히 녹지도 있고 한적하다. 주차난이 심각한 LA에서 주차 걱정없이 들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곳에 들리면 죽음이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이 절로 상기되어 다시 한 번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최근에 오디오북으로 Crying at Hmart를 듣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공감될만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한국 음식을 사기 위해 Hmart에 들리면 돌아가신 엄마가 떠올라 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고백으로 시작한 이 책은 한국음식, 문화와 관련된 사소하면서도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바나나우유, 누룽지같은 익숙한 식재료부터 뜨거운 음식을 먹어야 속이 편하다고 한 엄마의 말이나 다른 부모들처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괜찮을거라고 타이르기만 하는 엄마의 행동같이 한국인에게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래서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준호가 인용한 마틴 스콜세이지의 말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서 오늘날 특정 문화나 국가의 콘텐츠는 어떤 식으로 풀어내지는지 느낄 수 있었다. 88올림픽 때 나온 부채춤같은 살균되고 잘 포장된 "한국적인" 문화에서 미시적인 개인의 서사로 초점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가 믿고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에 맞춰 우리를 끼어맞춘 전자의 문화는 구성적으로 깔끔하지만 그 안에 담긴 콘텐츠는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면 후자의 경우에는 마치 유산균이 살아있는 김치처럼 훨씬 더 복합적이고 다채롭다. 이것이 어떤 국가나 사회의 문화가 소비되는 최근의 방식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전자와 같이 잘 규격화된 콘텐츠를 들고 나오면 시대에 뒤떨어진 촌스러움이 느껴진다.
최근 들어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사회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잘 수행해야하는데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미국에서도 그 역할을 수행한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의 서사가 전형적이고 단조로울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지나 미국 사회가 원하는 것을 학습하며 아주 개인적이고 특별한 이야기들을 꺼내놓기 시작한 것 같다. A24같은 힙한 배급사에서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 엘리먼트, 김씨 편의점 같은 작품들이 이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라 생각한다.
고래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을 봤다. 베버리 힐즈 쪽에 있는 작은 영화관 딱 한 곳에서 상영하고 있었다. 라라랜드에서 주인공이 아빠랑 영화를 보러갔던 곳과 비슷하게 생긴 영화관이었다. 좌석 지정도 없이 그냥 앉는 형태의 영화관이었다. 영화 시작 전 광고가 나오는데 익숙한 얼굴이어서 보니 블랙핑크 제니였다. 여러 연예인들이 나오는 샤넬 광고였는데 제니가 센터였다.
괴물은 아주 훌륭한 영화였다. 짜임새 있는 각본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화였다. 착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이 원래 의미는 악의 상투성에 가깝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평범한 사람도 악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상투적이고 관용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는 능력이 무뎌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영화는 우리가 사용하는 상투적이고 관용적인 말과 행동들이 어떻게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상투적이고 관용적인 말과 행동 모두 악의없는, 오히려 선의에 가까운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 이 영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즉, 그냥 착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 나의 아무렇지 않은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지 머리를 팽팽 굴리면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 참 살아가기 팍팍하다며 과한 것 아니냐고 발끈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들이 이 영화에서와 같은 비극을 만든다. 비극이 생기고 나서 그렇게 말해봤자 한낱 변명일 뿐이다.
캘리포니아에 비가 엄청 많이 왔다. 여름의 서울을 떠올리게 할만큼 비가 집중적으로 몰아왔다. 비오는 날에 워낙 대비가 안 되어 있는 동네이다보니 도로가 잠기고 지붕에서 물이 새고 난리가 났다. 비가 그친 뒤 회사에서 보이는 산을 바라보니 눈이 쌓여있다. 한 동네에 비가 오는동안 다른 곳에서는 눈이 쌓이는 캘리포니아의 지리적 다이나믹함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
USC Film School을 놀러갓다. 조지 루카스와 스필버그 관이 있다. 안에 들어가보니 히치콕 로비관이 있다. 최근에 본 현기증의 포스터가 걸려 있다. 이런 곳을 방문할 때 걸려있는 이름의 무게감 차이를 보며 이 나라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주말에 방문했는데 창고같은 곳에서 영화 촬영을 하고 있었다.
한 쪽에서 어떤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BOY Z THE.HOO라는 영화가 제작사에 제출한 시놉시스와 그에 대한 평가가 적혀있었다. PREMISE, CHRARCTERIZATION, DIALOUGE, STORYLINE으로 되어 있는 평가표에서 모두 Poor에 가까운 평가를 받은 영화였다. 근데 전시를 보니 나중에 꽤 흥행한 것 같았다. ($10 million in revenue라고 한다.)
애플 스토어에 비전프로가 들어왔다길래 데모를 신청해 사용해봤다. 사용하다 거의 울뻔했다. 충격적으로 훌륭했다. 착용을 하고 화면이 켜지며 아이폰의 홈화면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앱 아이콘이 허공에 보이는데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애플의 기존 OS와 통일성 있게 디자인되어 있어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 비전 프로를 조작하는 아이트래커와 제스처 인식의 인터페이스는 아주 미래적이었다. 나의 시선을 따라 포인터가 움직이고 엄지와 검지를 맞대면 클릭이 이뤄지는데 이 인터페이스가 너무나도 직관적이고 유려했다. 마우스와 키보드, 펜슬을 넘어선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한 장을 연 느낌이었다. 당연히 VR기기로서 제공되는 체험형 콘텐츠의 몰입감 역시 훌륭했고 정말 충격적일정도로 훌륭한 제품이었다. 가격이 비싸긴하지만 이 기기가 가진 잠재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되는 가격이다. TV, 빔프로젝터, 모니터를 다 합친 가격으로 칠만하다고 생각했다. TV는 같이 모여서 보는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TV의 웬만한 기능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로우헤드 호숫가에서 생각했던 VR의 시대가 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더욱 확신을 얻었다. 꼭꼭 사용해보기를 권장한다.
애플 스토어를 들린 김에 패서디나 주변을 구경했다. LA에서 몇 안 되는 걸어다닐만한 동네인데 여기에는 웬만한 유명 브랜드들이 다 들어서있다. 어떤 식당이 인기있는지 궁금해서 보는데 Spring Roll&Rice Bowl 집 앞에 줄이 길게 서있다. 베트남식으로 보울 요리를 파는 곳 같은데, 예전에도 말했듯 한 그릇에 야채를 담고 나라 나 지역 이름을 붙이면 잘 되는 것 같다. 하와이안 포케, 그릭보울, 멕시칸보울(치폴레). Korean Bowl도 잘 될텐데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그 옆에도 인기 있어보이는 비건 식당이 있길래 주문해서 먹었는데 새우가 비슷하게 흉내를 잘 내긴했는데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느껴진다. 비건 음식들이 일반 음식보다 부족한 맛을 감추기 위해 튀기고 달콤한 소스로 맛을 감추는 경우가 많은데 비슷했다. 내고향 6시에서 지역특산물 소개하며 나오는 별별 야채 탕수와 비슷한 맛이었다. 구글 맵 기준 4.7점이었는데 그 정도로 훌륭했냐하면 아니었던 것 같다. 비건이 되려면 여전히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는 것 같다.
한국 음식도 마찬가지인데, 이번 주에 두 곳의 한국식 고깃집을 갈 일이 있었다. 하나는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백정이라는 곳이고 다른 한 곳은 코리안 타운에 있는 춘천닭갈비였다. 둘 다 나쁘지 않았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맛이었다. 특히 돼지고기는 한국의 삽겹살가게들의 기본적인 수준을 생각하면 평범 혹은 그 이하에 가까운 수준이었는데 여기서는 아주 훌륭한 축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한국의 고깃집같은 경우 가게 이름, 인테리어, 곁들임 반찬까지 통합적이고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추구하는 명확한 컨셉이 있는데 이 곳은 그렇지 않다. 한국 기준으로 고속버스터미널같은 곳에 있는 식당과 같은 조악한 가게 인테리어에 그 수준의 음식이 나오는데 여기 사람들은 열광한다. 나중에 외국인이 오면 약수에 있는 금돼지집이나 몽탄을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 몰랐는데 밖에 나와보니 외국인들이 눈 돌아갈만한 요소들이 아주 많은 곳들이었다.
한국음식 좋아하는 친구들이 과일 소주 엄청 좋아한다. 한 때 한국에서 스미노프가 인기있었던 것과 비슷한건지 나도 모르는 별별 맛의 과일 소주를 다 가져온다. 거의 모든 식당에서 얼음이 제공되기 때문에 얼음에 과일 소주를 타서 먹는 경우가 많다. 코리안 타운 갔을 때 우리가 가는 춘천닭갈비 옆 엽기 떡볶이에 줄이 길게 서있었다. 미국에 머무는 한국인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여기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도 다수 있었다.
LA 다운타운에는 늦게까지 여는 베뉴가 몇 곳 있는데 우리가 위험하다고 알고 있는 약물들이 유통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리화나 정도는 워낙 보편적이니까 별로 놀라지 않았는데 흔히들 말하는 하드드럭들이 도는 경우도 많아서 정말 주의해야한다고 한다. At Own's Risk로 극단으로까지 재미를 추구하는 이 친구들의 무모함을 따라갈 생각은 없다.
같이 간 친구 중에 필라델피아에서 온 음악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들려준 필라델피아 이야기를 듣고서는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정해져있고 젊은 사람들이 많다보니 Bar에 가면 금방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다고 한다. 또 현지인들만 아는 스픽이지바도 많고 언더그라운드 음악 신도 커서 다양한 하우스 음악을 즐길 수 있다고 이야기해줬다. 예전에 필라델피아 찾아봤을 때는 그냥 역사 도시같은 느낌이어서 별 흥미가 없었는데 이 친구의 소개를 듣고 보니 숨겨진 곳들이 많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슈퍼보울을 봤다. 다들 슈퍼보울을 언급하며 National Holiday라는 표현을 쓴다. 근데 여기서 또 이 나라 사람들의 다양함을 느낄 수 있는게 어떤 친구들은 이 기간에 테니스코트가 텅텅 빈다고 테니스 치기 좋다고 테니스를 치러 간다. 하나의 틀로 이 나라 사람을 묶어내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고,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슈퍼보울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벤트로 만들어낸 NFL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경기가 연장전까지 가서 거의 4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는데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경기도 경기인데 광고랑 하프타임 쇼가 궁금했다. 하프타임 쇼에는 어셔가 나왔는데 보면서 우리나라 비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미국에 있는 한 기자 분이 똑같은 감상을 남겨 웃겼다. 뭔가 열심히하는데 멋이 없어서 자아도취를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광고에서 특이했던 점은 영화나 드라마 광고의 비중이 꽤 높았다는 점이다. 정말 가장 비싼 TV 광고 구좌일텐데 여기에 영화나 드라마의 광고를 태울 수 있을만큼 많은 자본이 투입된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러니 오징어 게임같이, 미국 기준으로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 글로벌 흥행을 한 K-콘텐츠가 넷플릭스 입장에서 얼마나 기특하고 예뻤을지 상상이 된다.
사무실에 스컹크가 들어왔다. 다행히 잘 쫓아내긴했는데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실탄이 장전된 총까지 들고 나왔다. 사무실에 스컹크가 올라오고 이 스컹크를 잡기 위해 총을 들고 나오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Amber Alert를 봤다. 4.0 지진이 나도 알림문자 없는 이 곳이지만 아이가 실종되었을 때는 살벌하게 울린다. 아이들을 대하고 보호하는 태도에 있어 한국과 미국을 딱 잘라 누가 더 잘 보호하고 못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어떤 점에서는 한국의 부모들이 더 철저한 반면 어떤 점에서는 미국의 부모들이 더 그러하다. 다만 기저에 깔려있는 사고가 사뭇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미국에서 아이들에 대한 보호는 아이가 독립적인 존재로서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운동을 예로 들면, 아이들이 하는 운동인데도 운동장이나 장비, 그 외 세팅들이 완벽하다. 워낙 자원이 풍부한 나라이니 가능한 것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의 세계만큼이나 온전한 세계를 제공해준다. 다만 아이들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이를 전부다 혼자서 받아들일 수 없고 감당하기 어려워 취약해지는 부분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부모나 사회가 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스쿨존이나 스쿨버스 같은 경우도 어른들과 동일한 도로를 제공하지만 이를 다 소화해낼 수 없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관련해서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만약에 초, 중, 고 자녀가 있다면 부모 중 한 명 (보통 엄마)은 이 아이들 등, 하교 픽업하느라 하루를 다 쓴다고 한다. 방과 후 활동을 하는 경우들이 많아 스쿨버스 이용이 어려운데다 각 학교마다 등, 하교 시간이 달라 그 시간에 맞춰 왔다갔다하다보면 하루가 다 간다고 한다. (더군다나 등, 하교 시간에는 학교 주변 교통 체증도 심하다.) 그래서 여기서는 차를 모는 것이 일종의 성인식같은 걸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있고 부모들도 자녀가 차를 몰게 되면 비로소 자유로워진다고 한다. 자녀가 차를 몰기 시작하면 마치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녀가 자취를 시작하면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것처럼 여기 부모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다행히 아이는 잘 찾았다고 한다.
https://ktla.com/news/local-news/amber-alert-activated-for-abducted-toddler-in-long-be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