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이완
좋은 음악은 악장 사이에도 긴장과 이완의 대립이 있고 각 악장의 안에서도 긴장과 이완이 끊임없이 반복하며 관객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좋은 이야기도 그렇하다. 이 에피소드는 긴장과 이완이라는 관점에서 아주 훌륭한 밸런스를 보인 에피스도이다. 이야기는 적절한 긴장과 이완을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새로운 만남, 설렘, 사랑의 한 축으로 이완된 상태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한편, 그 당시의 흉흉한 사회적 배경과 어린 시절의 기억을 대비시켜 긴장감을 부여한다. 이 적절한 균형으로 인해 이야기는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지루해지지 않는다. 마지막에 이 에피소드는 주인공이 맞딱뜨리는 새로운 사건으로 인해 긴장이 해소되는데, 처음 등장한 이 사건은 이야기에 겉돌지 않는다.
이는 그 당시에 있었을법한 사건이라는 외재적 관점에서의 설명도 가능하지만, 이 에피소드의 내재적 구조만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에피소드에 제시되는 두 가지 상반된 이야기 축의 충돌로 인해 만들어진 긴장감이 시청자로 하여금 무언가 다른 사건이 발생할 것 같은 긴장감을 계속 갖게 만들었기에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새로운 사건이 만들어졌을 때 시청자는 납득하면서 받아들일 수 있다
아이러니
좋은 이야기는 인물이 뱉은 대사가 어떤 형태로든 이야기를 전개시켜야 한다. 이 시리즈에서는 대사가 단순히 전개시키는 것을 넘어 크고 작은 아이러니를 담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누가 똥인지 한 번 두고 보게!"라는 대사는 이후 "아니면 금명 엄마가 똥밟았을텐데...!"라는 대사로 이어지고 뒤로 자빠져도 삼정승은 했을거라는 동명의 사주는 애순이의 사주가 뒤바뀐것마냥 뒤바뀌게 된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아이러니가 작품에서 반복되어 제시된다.
인물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훌륭한 연출
이 시리즈의 완성도 높은 연출력을 보여주는 한 장면. 아주 짧게 제시되는 이 장면에서조차도 인물들의 성격과 성향이 행동으로 아주 잘 반영되어 있다. 관계를 주도하며 적극적이었던 여성은 이 위기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상황을 인식하며 대응에 나서고 다소 자기중심적이었던 인물은 이 상황에서 자신의 자식을 가장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주 짧은 순간임에도 각 인물의 선택과 행동이 다른 장면에서의 모습과 일관되게 제시된다. 이러한 디테일이 뛰어난 연출은 등장 인물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훌륭한 색 팔레트
왜 "폭싹속았수다"의 화면은 다른 시리즈보다 더 보기 좋을까? 색상 팔레트를 제한하여 사용했기 때문이다. 전환되는 다음 두 씬에서 각 주인공은 비슷한 색깔의 옷을 입고 있고 배경을 구성하는 색도 통일되어 있다. 마치 파워포인트를 만들 때 폰트와 색깔을 제한하는 것처럼 색 조합을 제한하면 더 응집력 있는 화면이 만들어진다. 이 외에도 두 주인공이 비슷한 색깔의 옷을 입고 있는 장면이 몇 번 반복되는데 이는 두 인물의 연결관계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이 이야기의 큰 주제인 세대를 통해 반복되는 사랑에 대한 훌륭한 미장센이기도 하다.
Level of Sclae: "꽃"
Christopher Alexander가 꼽은 살아 있는 느낌을 주는 특징 중 하나가 Level of Scale이다. 같은 주제가 서로 다른 스케일에서 프랙탈처럼 제시되는 것인데 이 시리즈에서는 꽃이 그 역할을 한다.
이 시리즈는 꽃이 피고지는 계절에 따라 크게 이야기의 막이 구분된다. (큰 Scale) 각 막에 들어갔을 때 인물의 관계가 진전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했던 장소가 꽃밭이다. (중간 Scale) 이로 인해 인물은 결혼식에서 입을 옷도 꽃무늬를 고를 정도로 꽃을 좋아하고 신발도 꽃무늬 신발을 좋아한다. (작은 Scale).
이로 인해 이야기가 살아있는 느낌이 들게 된다. 동시에 디테일한 부분까지 이 꽃을 활용하는데 등장인물들이 입고나오는 옷이나 벽지, 소품 곳곳에 꽃이 숨겨져있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입고 등장하는 옷은 현실감 있으면서도 너무 현실적이어서 불편하지 않은 어떤 미감이 있는데 그 이유는 꽃에 있다.
훌륭한 근경, 중경, 원경의 화면구성
아주 짧게 지나가는 한 장면 장면에서도 근경, 중경, 원경이 제시되는 꽉 찬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시대극을 볼 때, 보통 시대를 얼마나 재현잘했는지, 고증을 잘했는지로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러한 시대적 배경의 반영이라는 점에서도 훌륭하지만 이야기가 갖고 있는 구조적, 형시적 완결성이 아주 훌륭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