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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1 - 근황업데이트

버드나무맨 2025. 7. 21. 16:43

지난 번 근황에 덧붙이자면

 

사실 뭐 근사하게 한국의 미래 어쩌고 하며 글을 마치긴했지만, 메뉴판에 들어갈 글자 하나 결정 못하고 낑낑거리며 밀려온 택배 박스 정리하다보면 현타가 올 때가 한 둘이 아닙니다. 이러다가 (자영업자를 무시하는건 아닙니다만…). 그냥 어디에 있는 식당 주인으로 삶이 끝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세상일 떠들기 좋아하는 어떤 식당 주인을 떠올리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보니 더욱 그러합니다. 나의 시간,  나를 둘러싼 세계의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가는데 내가 하는 일은 너무 볼품없고 작게 느껴져 초라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을 사랑하는 사람이니 이 마음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모두가 관심갖는 AI 영역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옛 동료의 소식, 어엿한 로펌의 변호사가 되어 아주 큰 규모의 M&A를 맡는 친구의 소식, 전략 컨설팅 사에서 멋진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주변 사람의 소식, 경제 정책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는 대학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아주 큰 질투를 느낍니다. 비교는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알지만서도 비교하고 질투하는 일을 쉽사리 멈추지 못합니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걸까?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일까? 질투가 불러온 끝없는 자기의심에 한없이 잠식되어 침잠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힘들 때 우습지만 공자의 말씀을 꺼내어보며 위안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경전에 적혀있는 말씀을 보며 일종의 종교적 체험 비슷한 각성을 경험하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유교는 군자학입니다. 군자라는 이상향에 다가가기 위해 갖춰야 하는 마음가짐과 행동 지침들이 담겨있습니다. 군자, 말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이 이상향이 주는 압도감과 그로 인해 느끼게 될 무력감을 알고 있었는지, 어떤 자세로 군자에 다가가야하는지 아주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 방법은 불교에서 말하는 수처작주 입처개진의 마음가짐과 비슷합니다. 쉽게 말하면, 어느 곳에서든 어디에 있든 최선을 다해라!

 

어느 곳에 있든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이런 식으로 나옵니다. 

 

“군자는 평소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편안히 본분을 다할 뿐, 본분 이외의 일은 부러워하거나 바라지 않는다. 예컨대, 평소 부귀한 상황에 처하면 부귀한 상황에서 마땅히 해야 할 선한 일을 하고, 평소 빈천한 상황에 처하면 빈천한 상황에서 마땅히 해야 할 선한 일을 하며, 평소 오랑캐 지역에 처하면 오랑캐 지역에서 마땅히 해야 할 선한 일을 하고, 평소 환난 상황에. 처하면 환난 상황에서 마땅히 해야 할 선한 일을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어떤 위치나 상황에도 깊숙이 배어들어 스스로 그 나름의 의미를 찾지 않는 경우가 없다.”

 

“군자가 중용의 도를 닦고 행함은 비유컨대 사람이 먼 길을 가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가까운데서 시작하고 높은 산에 오르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격물치지” 즉, 지식과 지각을 지극히 하여 사물의 이치를 궁구해 밝히라는 말로 표현됩니다. 

 

“자신의 뜻을 참되고. 정성스럽게 가지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지식과 지각을 지극히 했는데, 지식과 지각을 지극히 함은 곧온갖 사물의 이치를 궁구해 밝히는 데 달려있다.”

 

그리고 아주 반복적으로 성실함을 강조합니다. 

“무릇 천하와 국가를 다스림에는 아홉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 곧 성실함에 달렸습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유교 경전을 읽으며 “군자”라는 이상향 자체에 매료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 군자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삶의 자세에 더욱 주목하며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삶의 자세가 내가 추구하는 이상향에 다가가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다시 한 번 마음에 되새기며,  번뇌와 질투를 내려놓고. 다시 성실히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하려 합니다. 

 

君子, 素其位而行, 不願乎其外, 素富貴, 行乎富貴; 素貧賤, 行乎貧賤; 素夷狄, 行乎夷狄; 素患難, 行乎患難, 君子, 無入而不自得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