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보빙사

모던 보빙사 EP18 - 옅어질 용기

버드나무맨 2024. 1. 14. 12:03

에어팟 수리를 위해 애플 스토어를 방문했다. 정말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이 모여있는데 특히 중에서 "" 모습을 자주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애플스토어에서 일하는 직원 중에서 분은 백발이 지긋하고 나이가 있어보였다. 이전에 트레이더 조에서 일하는 나이가 많은 점원 분을 보고 느꼈던 낯섦과 비슷했다. 트레이더조나 애플 스토어와 같이 힙하다고 느껴지는 브랜드에서 아버지뻘보다도 나이가 많아보이는 중장년의 남성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나이, 세대에 따라 향유할 있는 공간이나 취향이 철저히 분리되는 것같은데 곳에서는 그렇지 않다. 가장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에서 노년 인구가 즐길 있는 취향이 한정적이라는 사실은 비관적이다. 한국에서도 서서히 바뀌어가는 같긴한데, 아직 세련된 취향을 가진 개인 몇의 시도일뿐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경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세련된 취향을 가진 지금의 20~30 한국인들이 나이가 들면 사회가 어떤 식으로 바뀌어갈지 궁금하다.

 

LA 기온이 오후 1 기준 섭씨 14도인데 다들 추워 덜덜 떤다. 한국의 겨울 기온을 생각하면 우스운 기온이지만 진짜 춥긴하다. 이유는, 일단 이런 온도에 익숙하지 않다. 덕다운, 구스다운이 기본인 한국과 달리 캘리포니아에서 이런 점퍼를 찾기 정말 어렵다. 기본적으로 후드집업과 스웨터 정도로 버티는 캘리포니아 사람들이다보니 평소보다 바람이 많이불거나 추우면 덜덜 떨며서 지나다닌다.

 

복장도 복장이지만 건물들의 형편없는 단열 수준도 이곳 사람들을 고통받게 만든다. 바깥에서는 춥더라도 햇볕이 드는 낮에는 조금 괜찮아지는데 햇볕이 드는 실내의 경우에는 하루종일 춥다. 풍도 많이 든다. 그리고 보일러가 없다는 점이 한국인으로서 고통받는 부분이다. 히터를 틀긴하지만 방바닥은 여전히 차가워 만성적인 추위를 안고 지낸다. 당연히 실내화와 양말은 필수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LA에서 흔히 있는 2층의 단독주택인데 형편없는 에너지 효율을 보고 있으면 나중에 돈을 벌게 되어도 2 전체를 내가 원하는만큼 훈훈하게 데우는 일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구르 음식점을 다녀왔다. 내가 일하는 동네는 아시아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여서 아시아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몰들이 곳있다. 위구르 음식점이 위치한 몰에는 한신포차, 선농단 같은 한국음식점부터 홍콩, 위구르, 몽골 다양한 지역의 음식점들이 모여있다. 그리고 이런 아시아 식당들이 모여있는 몰들을 하나같이 주차장이 좁다. 들어오고 나오는 입구가 좁아서 운전할 주의해야 한다. 아시아식 극단적 효율성 추구가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그래도 아시아 사람들이 운전을 못한다는 스테레오 타입이 널리 퍼져있는데 이러한 열악한 주차장에서 그러한 스테레오 타입이 더욱 부각된다. 음식은 중앙아시아의 음식과 비슷했다. 위구르를 내세웠다는 이유로 미움받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이 기우였을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먹고 있었다.

 

식당 앞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들렀다. 더현대 팝업 스토어로 열리면 인기 있을 것 같은 내가 사는 동네에서 찾아보기 힘든 세련된 감성의 가게였다. 아이스크림을 고르면 토핑을 올려주는데 맛도 나쁘지 않다. 한국에서도 하면 잘 될 것 같다.

 

이런 비즈니스를 하는 곳들 대부분이 Catering 서비스를 한다. 아이스크림 트럭이야 워낙 많이 언급되니 그렇게 낯설지 않았는데 처음에 In-n-Out 버거에서도 케이터링을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신기했다. 직장에서 단체 식사를 할 때, 한국에서는 식당을 찾아가서 회식을 한다면 여기서는 회사로 푸드트럭을 부르는 식의 케이터링 서비스를 많이 활용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이동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이렇게 단체로 움직이는 시간도 비용이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 그리고 다들 차로 움직이는 이 곳에서 단체로 식사를 했을 때 주차를 감당할만한 곳을 찾기 쉽지 않을 것 같고, 또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보니 식당을 정했는데 그 식당의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케이터링은 먹을지 안 먹을지 선택권이 개인에게 좀 더 보장되다보니 이를 더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The Office>같은데 보면 마이클 스콧같은 리더는 아랑곳않고 식당으로 데려간다.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캘리포니아 생활이 익숙해졌다고 느끼는 순간 중 하나는 In-n-Out 버거가 땡길 때다. 이 버거가 먹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In-N-Out은 주문 후에 생산하는 시스템이다보니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아예 한 차선이 In-N-Out 줄인 경우가 수두룩한데 이럴 때면 긴 줄 때문에 대충 다른 음식으로 때울까 고민을 한다. 나의 이 생각의 흐름도 꽤 미국 정서와 맞닿아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주차를 하고 주문을 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그냥 드라이브 스루로 해결하려 한다. 편리함은 비가역적이다. 

 

동네에 이탈리안 식료품점이 있어 들렀다. 파스타, 토마토소스 등의 식재료도 팔고 이탈리안 소세지와 이 소세지로 만드는 샌드위치, 이탈리아 반찬(?)과 빵을 팔고 있었다. 구비해놓은 상품 자체는 단촐했다. 일반 마트에서도 파는 파스타나 토마토 소스를 팔고 있었고 한국의 외국음식 식료품점과 비교했을 때, 이색적인 느낌은 훨씬 덜했다. 정육점 같은 곳에서 이탈리안 소세지를 팔고 있고 가져갈 양을 말하면 그만큼 썰어서 준다. 샌드위치를 시켜먹어봤는데 그저 그랬다. 우리 집 앞에 있었던 보마켓 같은 곳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LA 평이 좋은 그리스 음식점을 찾아서 가볼 예정이다. 회사 동료 분으로부터 지중해 음식 스타일이라는 보스니아 식당을 찾았다. 다운타운 쪽에는 그래도 좀 더 세련되고 힙한 공간들이 있다. 물론 갈 때마다 극악한 도로환경과 무서운 분위기때문에 잔뜩 긴장을 하지만 보석같은 곳을 찾는 재미가 있다. 환경이 바뀌어도 사람 성향은 바뀌지 않아서인지, 여기서도 이태원에서 찾았던 같은 느낌의 음식점들을 찾아 다니고 있다

 

주말에 같이 테니스를 치던 친구가 있는데 친구가 올린 해를 돌아보는 포스트에 내가 업로드 되었다. 며칠이 지나 친구가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작가인 친구인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촬영을 담당한 같았다. 이전에 영화 얘기하면서 화양연화 재밌게 봤다고 추천해줬더니 장만옥이랑 같이 작업을 했었다고 했었는데 지금도 영화 쪽 사람들과 네트워크가 있을 줄은 몰랐다. 이제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친구의 친구이다. 사실이 인생에 영향을 미칠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신기하다. 얼마 전에 같이 여행갔던 일행의 지인은 Youtube Google 매각한 창업자의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바닥 정말 겸손해야 한다.

 

이전에 친해진 중국인 친구의 초대로 작은 바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보러 갔다. 바에서 , 네명 정도의 뮤지션들이 시간마다 돌아가면서 플레이하는 연남동같은 곳에서 있는 행사였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한국에서 찾던 곳보다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정말 순전히 생산자의 탓으로 흥이 나지 않아서 즐기고 있었는데 혹여나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아 즐기지 못하는 것으로 무시할까 애를 써서 리듬을 타고 몸을 움직였다.

 

그려먼서 문득 가족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봤다. 나와 연남동의 경험을 같이 사람이라면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보다 이해할텐데, 그래서 굳이 내가 애써 움직이지 않고, 함께 즐겼던 행복한 순간을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감상을 공유할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가족은 경험을 함께 하고, 그래서 이해해줄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에반게리온의 이카리 신지처럼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해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 외로워한다. 너무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경험을 이해해야하기 때문이다. 가족은 경험을 나누는 집단이다. 그래서 가족으로부터 이해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첫번째 가족과 작별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외로움을 마주한다. 때부터 시작된 만성적인 외로움을 피해 새로운 가족을 찾아 나선다.

 

가족을 만드는 일은 내가 옅어지는 일이다. 함께하는 경험으로 나를 만든 먼저의 경험들을 희석시킨다. 그래서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만이 점유하던, 나의 경험 세계에 다른 사람을 초대할 용기와 옅어짐을 감내할 참을성이 필요하다. 희석된 경험에 새로운 경험을 채워 넣으며 서로의 일부를 나눠갖는다. 나눠가진 서로의 일부로 서로를 배타적으로 이해한다. 때때로 외로워질 , 가슴 벅찬 배타적인 이해를 들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아마 이것이 우리가 가족을 찾는 이유일 것이다. LA의 한 바에서 EDM 음악에 몸을 흔들며 이런 생각들을 했다. 

 

공연을 마치고 친구의 초대로 친구의 집에 들렀다. 차를 내려주고 직접 디제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친구와 친구에게 디제잉을 가르쳐준 친구와 셋이서 음악을 들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나누는 영어 대화는 정말 알아듣기 힘들다. Dude로 시작되는, 진짜 학창시절을 여기서 보냈어야지만 알 수 있는 표현들이 오고가서 정말 절반 정도 알아듣게 되는 것 같다. 영어 실력이 조금 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마주하는 이런 순간들 덕분에 절로 겸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