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요즘 인기 많다는 김밥. 예전부터 김밥이 정말 저평가된 음식이라는 주장을 꾸준히 펼쳐왔는데 드디어 빛을 보는 것 같다. 최근에 트레이더 조 김밥이 틱톡에서 바이럴이 되면서 김밥에 대한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과거 스노우폭스가 김밥 1세대였다면 이제 새로운 세대의 김밥이 등장할 때가 된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김밥의 가능성은 부리또다. 미국에서 멕시코 음식은 우리나라 사람이 중국집, 독일 사람이 케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인 음식이다. 특히 부리또를 정말 많이 먹는데, 김밥이 이 부리또의 일부 마켓쉐어를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아직 키토김밥을 본격적으로 하는 곳이 없는데 제대로된 키토 김밥을 만들어 팔면, 꽤 사업성 있는 아이템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TikTok · Sarah 님
좋아요 1.2M개, 댓글 4476개가 있습니다. "Rating: its not bad lol 7.8/10!!!”
www.tiktok.com
미국 길거리에서는 정말 특이한 운송수단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빠르게 지나가 제대로 못 찍었지만 버스 옆에 신기하게 생긴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있어 찍었다. 샌프란시스코 도로에서 주황색 헬멧과 옷을 입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주하는 사람을 봐서 기록에 남겼다.
회사에서 퇴근하고 동료들과 회식을 했다. LA에서 회식을 할 때에는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때문에 한 명이 지도를 공유하면 알아서 찾아서 온다. 각자의 운전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운전해서 가야하기 때문에 많이 마시지 않는다.
바는 정말 미국적인 바였다. Weekend, Drake 같은 가수들의 음악이 나오고 음식은 피자, 맥주, 치킨(핫윙) 같은 종류의 음식을 팔았다. 나초를 시켰는데 나초보다 고기가 많다. 솔직히 이 메뉴를 나초라 부르는 것은 기만이라 생각한다.
미국에는 Happy Hour라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내가 방문한 이런 바에서 5시쯤에 퇴근하고 근처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그날의 회포를 푸는 문화라고 한다. 여기서는 출근도 빠르고 퇴근도 빠르다보니 이 때부터 사람들이 모여 같이 스포츠를 보기도 하고 그냥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맥주만 마시기도 한다고 한다. 이 때는 맥주 가격도 더 싸다. 해방촌에 있는 바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이른 시간에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잘 없다보니 그냥 손님없는 시간대에 할인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여기에서는 정말 말 그대로 Happy Hour이다. 회사동료들과 갔을 때는 Happy Hour가 거의 끝나가는 시간이었는데 많은 직장인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른 날에는 Pasadena에서 열린 Tech Happy Hour라는 행사에 다녀왔다. Pasadena는 Caltech이 근처에 있는 동네인데 LA에서 그나마 걸어다닐 수 있는 곳들이다. 유럽의 골목들처럼 길이 만들어져있고 젊은 사람들이 가는 세련된 가게들이 많아 거리의 풍경이 굉장히 멋있다. 허먼밀러, 와비파커, 올버즈 등의 힙한 브랜드들도 다 있고 화장실에 멋진 그림이 걸린 바도 있다.
Pasadena에 자부심을 느끼는 어떤 사람이 들려준 말로는 아인슈타인이 강의를 한 딱 두곳이 UC 버클리와 Caltech이고 Pasadena가 인구 수 대비 노벨상 수상자가 가장 많은 동네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꽤 젊고 도전적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신청했다. 행사 당일에는 갈지말지 고민을 많이 했다. 누가 오는지도 모르는 이 행사에 퇴근 후 LA의 교통체증을 뚫고 갈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심이 들었는데, 설령 좋지 않은 행사여도 앞으로의 네트워킹 행사를 위한 좋은 스파링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일단 참석했다.
도착해보니 30명 정도 모여있었다. 바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무슨 일하는지, 어떤 일 관심 있는지 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따로 대관을 하지는 않았고 그냥 바 구석에서 알아서 자리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었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좋을지 여러 A/B Test를 해봤다. Growth Consulting을 하고 있다, Business Operation을 맡았다고 했지만 별로 인기없었고 VC였다는게 제일 관심을 끌었다.
개발자도 있지만 나같이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창업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자신의 비즈니스를 열심히 설명하는데 이전에 만난 스리랑카에서 온 운전기사 출신 Fedex 임원처럼 잡아먹을듯한 눈빛이 느껴진다. 근데 자세히 비즈니스를 들어보면 별 것 아닌 경우가 많다. 그냥 집 정보들 모아놓은 페이지(이용자 수도 많지 않다.), 이미 있는 앱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핀테크 서비스...처음에는 내가 영어가 짧아서 이들이 말하는 것을 잘 이해못했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냥 아직은 변변찮은 서비스와 프로덕트였다. 근데 다들 엄청 열정적이고 세상을 바꿀아이디어처럼 말한다. 아 이 곳에서는 일단 지르고 보는구나..!
얼마 전 테니스 친구 찾기 서비스를 통해 동네에서 같이 테니스를 칠 친구를 만들었다. 그 앱을 사용하기 전에 한국인이 앱에 대해 남긴 리뷰를 봤다. 미국 사람들은 서브를 좀 넣기만 해도 자기는 아주 강한 서브를 가졌다고 말하는데 막상 만나보면 스트로크는 형편 없는 경우가 많다고 써져 있었다. 하나만 잘해도 일단 비벼보니 한국인 분들은 자기 실력을 좀 더 높게 잡고 상대를 찾는게 좋을 거라는 조언이 있었다.
Happy Hour에서 느낀 것도 역시 비슷했다. 일단 지르고 보자. 나의 변변찮음을 두려워말자. 행사에서 어떤 한국인 분을 만났다. 본인은 정말 공부를 못해서 도망치듯 미국으로 왔는데 정말 우연한 기회에 일을 시작하고 그 회사가 IBM에 인수되며 큰 돈을 벌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자기는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고 말하는데 정말 부러웠다. 그 사람이 얻게 된 부와 행운보다도 인수같은게 이뤄질 때 대표와 공동 창업자 몇 명만이 아니라 직원들까지도 삶이 바뀔 수 있을만한 부가 주어진다는 점이 부러웠다. 한국에서는 웬만큼 크고 유명한 회사가 아닌만큼 대표 혹은 공동 창업자 외에는 유의미한 수준의 부를 거두기 쉽지 않은데, 이 곳에서는 가능하다는 사실이 진심으로 부러웠다.
이 분과는 주말에 따로 만나 맥주를 마셨는데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따로 만난 자리에서는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아 우울하고 한국이 그립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더이상 사랑받지도, 사랑할 것도 없는 중년의 모습이 참 초라하고 쓸쓸해보였다.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열심히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분과 Pasadena에 있는 한국 포차집을 갔는데 정말 드럽게 맛없었다. 막국수는 제대로 퍼지지도 않아 딱딱했고 간은 어찌나 짜고 맵던지...이 식당은 한국의 술집처럼 꾸며놓아 밖에서 봐도 눈에 들어와 지나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들어올지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결국 들어오지 않고 그냥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혹시라도 다음에 한국 음식점을 차리게 된다면 이런 사람들을 붙잡고 왜 주저하다 안 들어왔는지를 인터뷰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다. 지난 번에 만난 소셜 관련 창업을 하는 창업가 분과 맥주를 마시며 창업에 관한 이야기를 실컷 나누고 밤 12시에 버스를 탔다. 7시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고 그날 11시 버스를 타고 LA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버스는 정말 좁고 불편해서 탈 때마다 수명이 깎이는 느낌이 든다. 근데 도착해서 새로운 사람들 만나고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 정말 도파민이 마구 샘솟는다. 이번 방문의 첫번째 행선지는 현지에서 오래 사신 분이 소개해준 트래킹 명소였다.
절벽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제주도에 가면 주상절리같은 지형을 볼 수 있긴하지만 높은 곳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기에 절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이 느껴졌다. 태평양을 향해 뻗어져있는 절벽의 끝으로 걸어가다보면 정말 이 곳이 세상의 끝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난 번 조슈아트리 때도 그랬듯이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미국의 자연을 바라보고 있으면 절로 기개가 생겨난다. 괜히 벅차고 웅장해진다. 이렇게 혼자 도취해있을 때 옆에서 선글라스 낀 사람이 계속 촬영을 하고 있어 계속 신경쓰였다. 틱톡 찍으러왔나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 날 누가 그 자리에서 프로포즈를 준비했던 것이었다. 촬영하던 사람은 프로포즈 하는 커플을 도와주던 친구였다. 절벽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고백을 했고 촬영하던 친구와 그 시간에 맞춰 올라온 다른 친구들이 함께 축하해줬다. 바다를 보면서 '와 여기서 프로포즈하면 정말 운치있고 멋있겠다'는 생각을 스쳐가듯 했는데 실제 그 모습을 보니 재밌었다. 나만 한 생각인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도 비슷하게 생각해서 안타깝지만 일단 이 곳은 나의 프로포즈 장소 후보에서 탈락했다.
오후에는 K-night라는 행사에 다녀왔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이 모이는 이벤트였는데 실리콘밸리에 한국인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재밌게도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내가 왜 사업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오는 내내 걱정이 들었다. 행사장에 가서 어떻게 나를 소개하지, 나는 누구라 말하지?
사업을 하는 이유는 나를 찾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냥 나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일은 참 불안하고 취약하게 느껴진다. 마치 행사장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처럼. 그래서 나를 닮은, 하지만 나보다 더 큰 무언가 안에 나를 숨기고 보호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비단 사업뿐만 아니라 모든 "업"을 좇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예전에 한 친구가 회사를 다녀야지만 마음이 편하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 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사실 나도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을 이번에 하게 되었다. 다만, 나는 성격이 참 유별나서 나를 닮은 더 큰 무언가를 찾지 못했고 그래서 내가 만들려고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러한 고민덕분인지 행사장에서 나를 소개할, 내가 앞으로 풀어야할 문제를 급조해낼 수 있었다. 마치 언니네 이발관같았다. 다른 밴드들에 대한 비평을 하던 이석원이 밴드도 없이 그 일을 하기 부끄러워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를 운영하고 있다는 거짓말에서부터 언니네 이발관이 시작되었다. 한국 인디 밴드의 저설이 된 "언니네 이발관"도 그렇게 급조되어 시작했는데 나의 급조된 사업 아이디어가 어떤 명반을 만들어낼지 누가 알겠는가? 변변찮아보여도 미국인들처럼 일단 되고 세상을 바꿀 것처럼 굴 생각이다.
행사장에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Apple Siri 개발팀에 있었던 개발자도 있었고 수면 관련 제품을 만드는 대표도 있었고 Amazon에서 수요 예측을 하는 사람, 구글에서 SW엔지니어로 일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있었다. 심지어 대학교 때 야구부 선배를 만나기도 했다. 여기라고 다 창업에 관심있는 것은 아니었고 천국같은 회사의 생활에 만족하며 지내는 사람도 꽤 많았다. 근데 얘기를 들어보니 정말 천국같기는 해서 그 정도면 만족하며 지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행사가 끝나갈무렵, 한 분이 자신이 만든 서비스를 소개하며 사탕을 돌리고 있었다. Tofu라서 반가웠다. 근데 BCG, 하버드 출신을 언급하는 것은 조금 멋이 없다고 생각했다. 기억에 남았으니 성공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좀, 굳이..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잘 되셨으면 좋겠다.
집에 돌아오기 전 한국에서 연락을 하고 만나기로 한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를 만났다. 가장 핫한 Gen-AI 분야에서 창업한 분이었는데 정말 쉴새없이 바뀌는 기술의 속도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이야기하셨다. 가장 인기있는 기술을 사용하니 사람들의 주목을 많이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많은 어려움들이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 이 분 역시 뭐 좀 하다보면 Open AI가 다 만들어버리는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하셨다. 그럼에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이 분이 내게 미국에 와서 어떤 것을 크게 느꼈냐는 질문을 했고 나는 사람들이 철없이 산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 곳에서는 변변찮아보엿던 사람들이 크게 되는 모습들을 자주 봐서 그런지 함부로 재단하고 단정짓지 않는 것 같다고 답했다. 내가 만난 Pasadena의 창업자, 50대가 넘어서도 자기만의 취미를 즐기는 할아버지, 결혼, 자녀 다 쌩까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내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있던 제약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곳에서는 나도 아직 Young Man이다.
여전히 닌자를 좋아한다.
예쁜 컵라면, 국물도 슴슴하고 면도 라면이 아니라 국수같다. 개인적으로는 컵누들이 좀 더 맛있는 것 같다.
드럭스토어. 진짜 약국이 안에 있다. 옳게 된 드럭스토어. 미국은 약이 비싸고 한 번 살 때 많이 사야된다. 그래서 저렴한 약을 골랐는데 드럭스토어의 PB상품이다.
미국에서 전화하고 끊을 때 Bye Bye는 "빠빠이"에 가깝게 들린다. 인사할 때 "How's it going"이나 "it's good"이나 "bye bye" 같은 것은 최대한 발음을 뭉개서 빠르게 하면 현지인 느낌이 조금 난다.
'모던 보빙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던 보빙사 EP8 - At your own risk (8) | 2023.10.03 |
---|---|
모던 보빙사 EP7 - 오뚜기 카레 (7) | 2023.09.25 |
모던 보빙사 EP5 - MR.Brown (6) | 2023.09.12 |
모던 보빙사 EP4 - 미처 알지 못했던 것 (2) | 2023.09.05 |
모던 보빙사 EP3 - BEEF (6) | 2023.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