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뱅크 쪽에서 영화 아노라를 봤다. LA의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곳들은 Downtown이 잘 형성되어 있는데 여러가지 쇼핑몰들과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들어와있다. 하나하나의 매장 크기가 크지만 전체 규모는 작은 강남역 같은 느낌이랄까? 성숙해진 상권에 어울릴 수 있을법한 브랜드들의 매장이 있는 곳이다. 예전에는 이런 곳을 가면 재미없다고만 느꼈는데 확실히 이런 곳이 갈 때 마음이 편하긴 하다. 웬만한 유명한 것들은 다 있고 실패할 확률 적은 곳들로 채워져 있다보니. 약간 이게 미국 대중의 아닐까 싶었다. 여러 흥미로운 점들이 있었는데 스시와 라멘집이 블록을 두고 3~4개가 모여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 LA의 여러 지점이 있는 실버레이크 라멘을 들렀다. 워낙 잘하는 곳으로 유명한데 요즘 이 곳은 어떤 메뉴를 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들러봤다. 트러플 라멘과 미니보울 작은 사이즈가 7~8불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극장 광고를 하는데 세븐틴 일본 공연 상영회가 한다는 광고가 나왔다. 버뱅크의 영화관에서 세븐틴 콘서트 상영회를 한다니…BTS가 1황인데 ATEEZ, 스트레이키즈, 세븐틴은 꽤 큰 팬덤이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한 번씩 한국어를 정말 잘하는 이 곳 친구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어떻게 언어를 배우게 되었는지 물어보면 아이돌 덕질을 하면서 배웠다고 한다. 내 나이 때의 친구들 중에서는 동방신기를 좋아하면서 언어를 배웠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지금 세대는 세븐틴, ATEEZ, 스트레이키즈로 넘어가는 것 같다. 이 모습을 보면서, 결국 콘텐츠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언어는 내가 그 언어로 업을 삼지 않는 이상 배우기가 쉽지 않은데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우리가 흔히 미드 보면서 배운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최근에 식당에서 일하면서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하는데 마땅히 꽂히는 스페인어 콘텐츠가 없어서 진도가 안 나간다. 언어 학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동기와 꾸준한 습관 만들기인데 그 점에서 좋은 콘텐츠는 언어를 보급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다.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백화점을 들렀는데 캘리포니아의 백화점은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이나 일본의 높은 백화점을 경험하다가 1층,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백화점을 가면 뭔가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같은 것이 있다. 요즘은 달라졌지만 성중립성에 신경을 많이 쓰는 미국 사회이지만 선물은 확연히 남자용, 여자용 구분되어 있다. 말하지만 미국에서의 젠더 인식은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의 개념은 한국보다 훨씬 더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이 중에서 둘 다 선택할 수 있지만 그 선택에 따라 부여되는 성 인식도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에서 놀러온 지인과 함께 San Pedro Fish 마켓을 방문했다. 야외에 큰 천막을 두고 테이블에 놓여있는 QR 코드를 스캔하여 메뉴를 주문하는 곳이었다. 이름이 World Famous Fish Tray인 Fish Tray를 시켜먹었다. 중간중간 악기를 들고다니며 연주하는 분들이 눈에 띄었다.
연말이라 맛있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한 번은 딤섬가게를 갔다. 원형 테이블의 여럿이 모여 먹는 중국식 식당이었다. 이 날은 카트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었지만 보통 카트를 들고다니며 딤섬을 골라 먹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항상 이런 식당을 올 때 궁금한게 테이블이 다 큰 단위로 있는데 같이 먹을 사람들이 항상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예전같이 대가족이 지내는 방식이라면 같이 가는게 문제 없겠지만 요즘같이 따로 지낼 때는 어떻게 사람을 모으는지 궁금했다. 왠지 중국 서비스 중에 이런 것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종종 우리 식당이나 다른 식당의 중국인 손님 두 명이 와서 서로 아무 이야기도 안 하고 핸드폰만 보면서 밥을 먹는 모습을 종종 봤기 때문이다. 여러개의 음식을 시켜먹고 같이 먹고 싶어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같이 온 느낌 같아보였는데, 이게 중국 젊은 세대들의 식사 문화인지 알 방법이 없어 대충 여행할 때 동행같은 개념이 있지않을까 싶었다.
집주인 아주머니가 빵을 만들어주셨는데 겉에 호떡 냄새가 나서 반가운 마음으로 한 입 베어물었는데 음..맛이 애매하다. 집주인 아주머니가 연륜을 바탕으로 나의 요리나 요리 방법에 대해 이것저것 지적하실 때가 많은데,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주머니보다는 나은 것 같다. 되게 똑똑한 사람이 당장의 건강을 위해 유혹하는 요소들은 다 빼고 요리한 맛이다.
연말의 아주 큰 이벤트가 있었다. 한국에서 동생이 놀러왔다. 연말이라 바빠서 다음에 와달라고 했지만 이 때가 아니면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식당에서 연달아 며칠 일하고 다른 파트너에게 운영을 맡기고 같이 여행을 다녀왔다. 동생의 첫 끼니는 칙필레였는데 나의 평과 비슷하게 맛있긴 한데 호들갑을 부릴 정도는 아니라는 평을 남겼다. 저녁에 회사 대표님이 사주신 랍스터를 먹고 다음날 테니스를 쳤다. 하루는 동생 혼자 LA 주요 관광지를 다녀오는 일정이었고 그 뒤 아주 긴 여행을 시작했다.
라스베가스-자이언캐넌-브라이스캐넌-아치스캐넌-모뉴먼트 밸리-그랜드캐넌-세도나를 다녀오는 여행일정이었다. 사실 대표님의 트럭을 빌려 돌아보려고 했는데 다른 팀원 분이 먼저 빌려 캠리를 고생시킬 수밖에 없었다. 묵묵히 자기 몫을 해주는 캠리를 생각하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 한 켠이 찡해온다.
인앤아웃을 먹고 차량 정비를 마친 후 베가스로 출발했다. 가는 길이 생각보다 막혀 시간이 걸렸는데 저녁이 조금 지나서 도착할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즈음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확실히 베가스는 사람이 많을 때 와야 구경할 맛이 있는 것 같다. 베가스의 슈퍼에서도 소주를 팔고 있었다.
다음 날, 자이언 캐넌 들어가기 전에 있는 카페에 들러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매번 이런 국립공원을 갈 때마다 느끼지만 들어가기 전에 있는 마지막 마을에 그 국립공원의 이름을 딴 로스터리가 하나씩 있고 모든 관광객과 동네 주민들이 다 여기로 모인다. 보통 아늑한 힙스터 감성의 공간처럼 꾸며져 있고 친절한 사장님과 직원 몇 명이 운영한다. 맛이나 다른 퀄리티들도 지금까지 가본 곳들은 다 좋았다. 이 곳도 그러했다. 되게 별거없는 파니니였는데 굽기의 정도가 완벽했고 안에 들어간 사과가 밸런스를 잘 잡아줬다. 피클을 한국 동치미 무냥 크게 한 덩어리 줘서 베어물게 했는데 이렇게 먹으니 더 맛도 좋았다. 아마 만드는 과정에서도 더 효율적일 것 같아서 일종의 파레토 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리고 확실히 유타 쪽에서 들어가니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 같은 백인이어도 캘리포니아의 건강미 넘치고 명랑한 백인과는 다른 느낌.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몬교 믿는다고 해도 납득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자이언캐넌에 도착했다. 초반에 셔틀버스를 놓쳐서 한참 걸어가다가 나중에야 셔틀을 타고 자이언캐넌의 대표적인 트레일코스인 더 내로우스로 갔다. 협곡의 강을 따라 올라가는 코스인데 다들 지팡이와 방수복을 입고 있었다. 조금은 안이한 마음으로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하이킹복과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갔다. 한 발을 딛는 순간, 이건 뭔가 잘못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햇빛이 들지 않는 겨울 협곡의 강물은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그래도 해가 비치는데까지는 가보자고 걸어가는데 주변에 이런 복장과 신발로 이 트레일을 가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었다. 한 10분 정도(이것도 굉장히 용하다고 생각한다) 협곡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그 결정에 지금도 후회는 없다. 트레일에서 나와 신발과 옷을 말리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놀라운 눈으로 지켜봤다. 용감하다고 칭찬해준 한 분에게는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나와서 몸을 말리며 아침에 들린 카페에서 사온 그래놀라를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나오는 길 롯지를 들렸는데 아주 청량하게 맑은 하늘에 휘날리는 성조기, 그리고 롯지 안에 꾸며진 크리스마스 장식의 분위기가 좋았다. 나와서 자이언 캐넌 전경을 살펴볼 수 있는 오버룩 트레일을 들렀다. 트레일 바로 앞 주차자리가 비어 차를 바로 대는 행운도 따랐다. 너무 큰 행운이어서 트레일 입구가 멀리 있는 줄 알고 한참 걸어갔는데 우리가 댄 자리 바로 앞이 입구였다. 생각보다 더 큰 행운이었다.
자이언 캐넌을 둘러보고 브라이스 캐넌 가는 길에 있는 롯지에서 묵었다. 매번 이런 곳을 올 때마다 느끼지만 마땅히 먹을만한 음식이 없어 준비해간 라면에 참치캔을 넣어먹는데 너어어무 맛있었다. 잊지못할 라면으로 꼽을만한 훌륭한 맛이었다.
비록 케이블 TV가 쇠퇴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미국 대중들의 취미와 관심사를 잘 반영하고 있다 생각하여 숙소에 들리면 꼭 TV를 틀어보는데 마스터쉐프 포맷의 타투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고 앉아서 풍선을 터트리는 희한한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뷰티 관련 제품을 바른 수박과 그렇지 않은 수박을 비교하는 미덥지 않은 방송도 재생되고 있었고, 사이언톨로지교의 채널이 하나 있었다.
아침 일찍 출발해 브라이스 캐넌을 봤다. 전날 자이언 캐넌을 보고와서 그런지 감명이 크지는 않았다. Sunrise Point보다 Sunset Point의 일출 풍경이 더 멋졌는데 내 짐작으로는 Sun Rise보다 Sunset을 더 좋아하는 미국 사람들의 취향이 반영된 Point 구성이 아닌가 싶었다. 대부분 제일 멋있는 곳은 Sunset Point이다. 브라이스캐넌의 퀸즈 가든 트레일을 걸었다. 캐넌 안으로 들어가는 테리일이고 중간 중간 볼 것들도 많아 위에서 볼 때마다 좋았다. 중간에 신라면 생과자도 부셔먹으며 트레일을 끝냈다. 브라이스 캐넌의 돌 색깔에서 지층이 구분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브라이스 캐넌에는 눈이 쌓여있었다. 얼마 전에 들은 팟캐스트에서 미국에서는 눈 사람을 3층으로 만들고 코를 튀어나오게 만든다고 햇는데 딱 그것에 부합하는 눈사람 모습이었다. 트레일 코스에서 프랑스어가 많이 들려서 프랑스인들이 캐넌을 많이 오나 싶었는데 좀 더 듣다보니 캐나다 사람들인 것 같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주변에 식사할 곳이 비싸지만 뻔한 음식이 나오는 아메리칸 다이닝밖에 없어 서브웨이를 가기로 했다. 동생에게 한국의 서브웨이 퀄리티를 기대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갔는데 관광객들이 많이 들려서 그런지 생각보다 아주 괜찮았다.
유타 주의 Scenic Driveway인 12번을 타고 아치스 캐넌까지 올라갔다. 가는 길 중간에 Capitol Reef National Park를 들렀는데 확실히 다른 명성이 있는 캐넌들에 비하면 아쉬운 느낌이 있었다. Visitor Center에 있는 먼지 터는 기계를 보며 한국 등산로 입구에 있는 바람나오는 기계를 두면 여기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12번 도로는 아주 운전할 맛이 나는 곳이었다. 이 여행을 계획하면서 제일 걱정했던, 눈이 많이 온다는 Boulder라는 동네를 지났는데 다행히 우리가 간 날은 눈이 거의 없었다. 확실히 그 동네는 다른 곳보다 공기가 차가웠다.
아치스 캐넌으로 가기 전에 롯지에 들어가서 쉬었다. 아무것도 없는 쭉쭉 뻗은 도로를 한참 달리다가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는 동네에 들어서니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근처 피자가게를 들러 피자를 시키는데, 난생 처음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런 질문을 잘 하지 않을 뿐더러 묻는다고 해도 한국인이냐를 물어보는데 중국과 일본으로 물어봐서 신기했다. 캘리포니아를 벗어나 미국 주류 사회 대부분이 인식하는 세계의 모습 일부를 본 것 같아 흥미로웠다.
보통 롯지들은 인도계 사람들이 많이 운영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지만 한국인의 세탁소 비즈니스처럼 인도계 이민자들의 민족 사업으로 자리잡은 느낌이었다. 늦게 손님을 맞이해야하고 청소나 빨래 고된 일이 많은 업종이어서 이민자들의 사업으로 자리잡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롯지에서 제공하는 와플 기계에 와플을 구워먹고 아치스 캐넌으로 향했다.
유타 주에 들어서면서 번호판에 아치스 캐넌의 번호판을 한 차량들이 많아 기대가 컸는데 명불허전이었다. 마치 요세미티가 캘리포니아의 자랑인 것처럼 유타 주의 자랑으로 삼을만한 캐넌이었다. 생각보다 아치가 많지는 않았지만 공원의 크기 자체가 아주 웅장했다. 웅장하면서도 너무나 아름다운 형태의 기암들이 곳곳에 자리해있어 심심할 틈이 없는 공원이었다. 몇 곳의 아치를 구경하고 제일 유명한 델리케이트 아치로 갔는데, 생각보다 올라가는 길이 길어 가면서 꼭 봐야하는지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델리케이트 아치를 보고나서는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잘 깎아 다듬어진 아치와 그 뒤로 비치는 설산의 풍경이 아주 큰 감동을 줬다. 어떻게 이 위치에 아치가 생겨날 수 있었는지 믿기 힘든 오묘한 풍경과 아치의 조화였다. 아치 앞에 길게 늘여선 줄에서 사진을 남기고 내려왔다. 사진을 잘 남기기 위해서는 경사를 따라 내려가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경사가 크지는 않지만 바닥과의 높이가 꽤 있어 다들 조심해서 내려갔다. 중간에 3~4살 되어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사진을 찍으러가던 아저씨가 사진을 찍기 위해 아이의 손을 놓는 아찔한 순간이 있어 줄 서있던 사람이 다들 놀라 소리쳤다. 그 외 우리 앞에 서있던 어떤 관계인지 파악이 어려운 3명의 사진을 기다리고 동생과 사진을 남기고 내려왔다. 보통 이런 곳에서 줄을 기다리면서까지 사진을 남기지는 않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곳이라 느껴 사진을 찍었다. 내려와서 국립공원 비지터센터를 방문했는데 앞에 들렀던 캐넌보다 비지터센터의 규모가 컸다.
기념품을 구경하며 그 동네 주변에서 촬영한 영화를 소개하는 책을 봤는데 한 책에서 델마와 루이스가 있었다. 텍사스를 피해 달리던 길이 이 길이었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반가웠다. 평소에도 치킨을 너무 좋아하는 동생이 칙필레를 마지막으로 치킨을 못 먹은지 오래되었다고 해서 근처 치킨 가게를 찾아 들렀다. 구글 맵에 나온 곳이어서 갔는데 주유소 겸 편의점의 한 켠에 있는 간이식당이었다. 치킨 샌드위치 2개를 시켰는데 튀겨놓은게 1개 밖에 남은게 없다고 미리 만들어놓은 다른 메뉴를 먹겠냐고 묻는다. 아마 대부분의 여기를 오는 다른 고객들은 그냥 빨리 집어갈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하는 것 같았다. 괜찮으니 기다리겠다고 했고 한 15분 정도 기다려 주유소 옆에 설치된 테이블에서 치킨을 먹었다. 나는 별로였는데 동생은 치킨이 많이 고팠는지 칙필레보다 맛있다고 했다. 트레킹을 마치고 꾀죄죄한 몰골로 치킨 샌드위치를 열심히 맛있게 먹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기특했는지 바깥으로 나있는 작은 창으로 갓 나온 비스킷 2개를 건네줬다. 이 여행 중에 밖에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아주 특별한 맛이었다.
비스킷과 샌드위치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차를 몰아 해질녘 쯤 모뉴먼트 밸리에 도착했다. 친절하게도 포레스트 컴프 포인트라고 적혀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도로변에 서서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정말 차가 다니는 일반 도로에서 차가 없을 때를 틈타 사진을 찍는 식이었어서 눈치껏 차량흐름을 보며 사진을 찍어야 했다. 원래는 이 곳에서 유명한 더뷰호텔을 가보고 싶었는데 예약이 어려워 그 다음으로 전망이 좋다고 하는 Goulding's lodge에 묵었다. 여러 시설들이 잘 모여있는 숙박시설이었다. 식당 가서 먹어봤자 기대에 못 미칠 것 같아 간단하게 식료품점에서 음식을 사서 해결하는데 꽤 큰 식료품점이 있음에도 맥주가 없다. 아마 이 주에서는 맥주를 취급하는 법이 다른가보다. 아쉬운 마음으로 애리조나 티를 마시며 저녁을 해결하고 잠에 들었다.
원래 숙소를 예약할 때 전자레인지가 있다고 나와있는데 없어서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뺐다고 대신 프런트 옆에 공용 전자레인지가 있다고 한다. 전날 먹고 남은 비스킷과 감자튀김을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그랜드캐넌으로 향했다.
그랜드 캐넌 주변을 구경하고 트래킹 입구로 갔다. 트래킹 코스가 길어 먼저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작년에 그랜드캐넌에서 일출을 보고나서 먹었던 라면이 맛있어서 보온병을 들고 갔는데 보온이 잘 안 되어서 덜 익은 면을 먹어야 했다.
라면으로 식사를 마치고 트래킹을 시작했다. 작년에도 짧게 그랜드캐넌의 트래킹 코스를 걸으며 느꼈던 건데 그랜드캐넌 트래킹은 지루하다. 워낙 큰 협곡이다보니 가는 내내 같은 풍경밖에 볼 수 없다. 한참을 내려가 원래 가기로 했던 포인트에 도착했다. 내려가는 길은 지루하긴 해도 수월했는데 이걸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어떻게 꾸역꾸역 올라왔는데 다음에 그랜드캐넌을 온다면 아예 콜로라도강까지 보고 오는 코스가 아니면 다시 또 트래킹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랜드캐넌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여행지인 세도나로 갔다. 세도나를 가는 길에 애리조나 플래그스태프에서 장을 볼 것들을 봤다. 서울과 비교하면 도시라고 할 수도 없지만 며칠동안 황무지에 있는 동네들만 보다가 월마트와 샘스클럽이 있는 동네를 보니 진짜 도시같고 마음이 편안했다.
숙소는 세도나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리조트였는데 바베큐 그릴이 있다고 해서 예약했다. 계절에 안 맞긴 하지만 미국 사람들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바베큐 문화를 같이 경험하고 싶었다. 월마트에서 고기와 맥주, 일회용품으로 저녁을 차려 먹었다. 바베큐 그릴로 소고기 스테이크를 구운 것은 처음이라 어려웠는데 로드하우스의 스테이크 마냥 기가막히게 잘 구웠다.
실내에 벽난로가 있어 불을 피우고 장작 타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려고 했는데 동생이 일산화탄소 중독이 걱정된다고 하여 끄고 잠들었다. 동생의 이런 반응이 다소 신기하기도 했다. 나는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하는 편이지만 죽는 것이 아쉽거나 두렵지 않다. 반대로 동생은 매일 매일을 좀 더 편하게 살고 싶어하는데 죽음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이 나보다 훨씬 크다. 밀도 낮게 산다는 것은 결국 삶을 잃어간다는 점에서 죽음과 같은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불을 끄고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세도나 일정을 시작했다. 작년에 Sedona에서 Vortex를 잘 받아 일이 잘 풀린 것 같아 꼭 Sedona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다. 약간 믿음은 안 가지만 세도나의 명소마다 Vortex가 다르고 Bell Rock이 미래 지향적인 Vortex가 나온다고 해서 올라갔다. 확실히 이런 Vortex 감성이 아시안들에게 먹히는게 있는지 앞에 갔던 다른 트래킹 코스보다 아시안의 비율이 현저히 높다. 가는 길에 일본인 가족도 사진 찍어주고 정상쯤 갔을 때 한국인 여행객들도 만났다. 올라가는 길이 꽤 경사가 있어 더 올라가기 어렵다 판단하고 쉬고 있었는데 내려오는 다른 관광객이 꼭 위에 가봐야한다고 강력 추천해서 그 분이 이야기한 길을 따라 올라갔다. 올라가서 하늘을 바라보는데 하늘이 새파랗다보니 구름의 움직임이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구름의 움직임을 계속 보고 있는데, 엄청난 속도로 움직여서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초등학교 시절 가을 아침 체육시간에 하늘을 바라보며 지구의 움직임을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같이 올라온 한국인 가족이 점프샷을 하며 사진을 찍는 것을 마음 졸이며 지켜보고 우리도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내려왔다.
Bell Rock을 오르고 지난 방문 때는 못 갔던 chapel을 다녀왔다. 들어가는 길부터 한참 차가 서있었다. 골프카트로 멀리 차를 대고 걸어오는 사람들을 태워주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다. 우리도 멀리 차를 대고 걸어갈까 생각했는데 일단 안에까지 차를 타고 들어가보기로 했다. 자리를 못찾아 차를 돌려 나올 때쯤 딱 한 자리가 비어 차를 댈 수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외관의 건물이었다. 단조롭지만 힘입게 자리해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내부는 기대했던 것만큼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십자가에 박혀 있는 예수상의 모습이 이 건물의 외관과 잘 안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성당을 보고 나오면서 인디언들에게 이 성당은 어떤 의미였을지 궁금했다. 좋은 Vortex가 나온다고 하는 곳에 이방인의 종교 시설이 자리잡게 된 것인데 그냥 구조만 떼어놓고 보면 영화 파묘의 모티브랑 비슷해서 실제로도 그렇게 느꼈을지 궁금했다.
점심은 치폴레에서 먹었다. 바로 옆 식당과 테라스를 공유하는 치폴레였는데 옆 식당에서는 적어도 50~70불 정도는 내야할텐데 같은 뷰를 훨씬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미국에서 찾기 힘든 시장 가치보다 저평가되어 있는 곳이었다.
일찍 일정을 마치고 여행을 마치는 기념으로 지난 세도나 방문 때 들렀던 Redwall distilery에서 술을 마시기로 했다. 지난 번에는 술을 사갖고 가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안에서 마시기로 했다. 5시 오픈이었는데 우리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오픈 시간에 맞춰 줄을 서있었다. 다행히 우리까지는 자리가 있어 들어갈 수 있었는데 조금 늦게 온 사람들은 자리가 없어 기다려야했다. New Year Eve 라이브 공연이 있었다. 라이브 공연하는 밴드나 여기 온 손님들이나 다들 나이대가 있었다. 약간 우리나라의 미아리 카페 같은 느낌? 뒷자리에 앉은 이 곳 토박이로 보이는 중년 백인 부부와 한 아저씨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사진을 찍어줬다. 라이브 공연은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가게에서 스피커로 Cocteau twins의 노래를 틀어줘서 뭘 좀 아는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여행을 시작했던 Heaven or Las Vegas가 나오고 있었다. 동생과 미국 생활에 대한 이야기, 이번 여행의 소회, 앞으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우버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마지막 날 숙소는 Best Western이었는데 다른 더 좋은 숙소도 있겠지만 Best Western이 나한테는 딱 좋은 것 같다. 매번 말하지만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도 숙소에는 큰 돈을 못 쓸 것 같다. 비용 대비 효용이 엄청 커지기 쉽지 않은 소비라 생각한다. 숙소에서 세도나의 일출을 맞이하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아침 먹는 곳에KEURIG 커피머신이 있었는데 캡슐 커피를 넣으면 캡슐 커피를 인식하고 그에 맞춰 커피를 내려주는 기계였다. 하드웨어 기반 회사가 소프트웨어를 잘 활용한 케이스여서 마음에 들었다. 미국 가정집이나 식당에 있는 장식용 같지만 실제로 먹는 과일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7시간 운전을 하고 LA로 돌아왔다. 다행히 차가 많이 막히지 않았다. 동생과 저녁으로 떡국을 끓여먹으며 1월 1일을 마무리했다. 동생은 하루 더 LA에서 시간을 보내고 그 다음날 귀국했다.
LA 화재가 난 날. 전날부터 강풍주의보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람이 많이 불기는 했는데 한국의 태풍에 비하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 그런데 이 곳은 매우 건조하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강풍주의보가 있던 오후부터 화재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 말리부 쪽에서 화재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장에 나가 있었다. 매장을 마감하고 집에 오는데 곳곳에서 매캐한 냄새가 나서 이 쪽 사는 사람들 당분간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점점 집에 다가가는데도 냄새가 심하게 난다. 그리고 저 멀리 시뻘건게 보이는데 집 쪽으로 가면 갈수록 커진다. 보니까 우리 집 바로 뒷산에 불이 나있었다. 구글맵을 켜고 뉴스를 찾아보니 Eaton Fire가 몇 시간전부터 시작해서 우리 집 주변 동네에 다 번져있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다. 일단 회사로 출근하는데 집주인 아주머니가 Evacuation Order가 떨어졌다고 문자를 보냈다. 얼른 짐이라도 싸놓아야할 것 같아서 사무실에서 집으로 얼른 돌아왔다. 오는 길에 보니 가게들이 다 문 닫고 주유소도 영업을 안 한다. 정말 좀비 아포칼립스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우리 동네 블록은 대피 명령은 아니었고 바로 윗 블록까지가 대피 명령이었다.
다음날 출근을 하면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짐을 쌌다. 처음 미국올 때 들고온 캐리어 2개의 짐을 싸는데 이러한 극한의 상황을 맞이하니 생각이 명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무엇을 챙길지에 대한 우선순위가 아주 명확했다. 처음 미국 올 때 아빠가 써준 편지와 아주 행복한 기억이 담겨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받았던 옷을 챙겼다. 그 다음은 현금과 비싼 순서대로 챙겼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과 그걸 제외하고는 대부분 돈 순서대로 중요하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다가왔다. 내가 가진 물건 중에 전자제품을 제외하고는 캠핑용품이 가장 비쌌고 남은 공간에 입을 옷 몇 벌을 챙겨두었다. 다행히 이 가방을 들고 대피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한계 상황 속 실존적 인식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매장 주방을 맡아주는 친구가 과테말라에서 자주 먹는 핫소스라며 보여주는데 너무 새파랗게 초록색이다. 인위적이라 느껴질정도로 초록색이어서 거부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맛을 봤다. 타바스코, 스리라차가 섞인 맛? 색깔 때문인지 그린 살사스러운 느낌이 있다. 처음 그냥 소스만 맛 봤을 때는 별로였는데 과테말라에서 먹는 것처럼 튀김과 같이 먹으니 상큼하게 맛을 잡아줘서 나쁘지 않았다.
또 팔로알토를 다녀올 일정이 있었다. 항상 갈 때마다 느끼지만 칼트레인이 있어 정말 편리하다. 이날 컨퍼런스가 있었는데 에어비앤비에서 행사장과 가까운 곳 중에 제일 저렴한 곳을 골랐다. 아, 그런데 분명 호텔이라 써져있었는데 모텔이다. 미국에서 처음 경험해보는 아주 단촐한 모텔방이었는데 TV를 켜니 이전에 묵었던 투숙객의 유튜브 계정이 연결되어 있다. 중국어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중국이라 생각했는데 소개되는 콘텐츠를 보니 대만 사람인 것 같다. 신기했던 점은 마치 우리가 일본 여행기가 인기가 있는 것처럼 한국 여행기가 추천 목록에 많이 떠있었다는 점이다. 편의점 추천템이라든지 감자탕집이나 힙한 빵집, 카페 방문한 영상들이 추천되고 있었고 썸네일 곳곳에서 태극기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한국의 치어리더가 대만으로 이적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는데 치어리더뿐만 아니라 흑백 요리사 등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 중 대만에서도 인기를 끌만한 콘텐츠에 나왔던 인물들의 대만 방문 영상이 꽤 많았다. 생각보다 관심을 갖지 못했던 곳인데 콘텐츠 인기의 아비트리지를 잘 이용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버를 타는데 뒷좌석에 설치된 태블릿에 운전자에 대한 소개가 적혀있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임이나 뉴스앱이 깔려있었다. 뉴스를 틀었는데 자동으로 차내 소리 출력 설정이 태블릿 영상으로 변경되었고, 시청하는 중간에 계속 시청하고 있는지 묻는 팝업이 떴다.
일정을 소화하고 시간이 남아 역 근처에 있는 Barnes&Nobles에 갔다. 요즘 실적이 많이 좋아졌다고 해서 가봤는데 매장에서 그런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워낙 바닥을 쳤다보니 상대적으로 반등한 것처럼 보이는게 아닐까? 아니면 좀 더 도시적인 곳들에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Cookbook 섹션이 생각보다 커서 갔는데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특히 아시안 음식 섹션에서 참고할만한 이미지가 많이 있어 몇 개 저장해두고, 사진 작가의 계정을 팔로우했다. 나도 전자책을 좋아하고 Amazon에서 대부분 책을 구매하는데 이렇게 물리적으로 책을 접할 때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시각적으로 영감을 주는 책들을 빠르게 훑어볼 수 있었다. Bay Area Cocktail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실리콘 밸리의 거물들이 좋아했던 칵테일에 대한 소개가 담겨있는 책이었다. Bay Area 자체가 하나의 상징적인 브랜드처럼 느껴졌다.
예전에도 서점에 갔을 때 느낀건데 미국 자기계발서에서 인기 있는 키워드는 스토아 철학인 것 같다. 어느 사회에서나 심신수양의 방법으로서 인기있는 철학이 있는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그게 불교나 도파민 자체를 다루는 방향으로 뻗어갔다면 미국에서는 확실히 스토어 철학이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것 같다.
LA로 귀국해서 캘리포니아에서의 라멘 사업으로 나스닥 상장을 하신 대표님을 만나뵙게 되었다. 라멘말고도 이전에도 다른 F&B 사업을 통해 상장에 직관접적으로 관여하신 경험이 있는 분이었는데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나도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더 솔직히는 이렇게 고생하는데 상장은 해야 본전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장을 어떻게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막연했는데 조금은 그 길이 선명하게 보이게 되었다.
가게 바로 옆에 빵집이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좀 더 살펴보니 여기는 빵도 빵인데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게 많았다. 과테말라 식의 갈비찜, 닭찜 등을 트레이에 담아놓고 플레이트에 퍼주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맛이 나쁘지 않았다. 푹 고아낸 고기의 야들야들함과 깊은 풍미가 잘 살아 있었고 곁들여 나오는 칠리빈이 우리의 팥죽같이 담백하면서도 부담없는 맛이어서 다 먹고 났을 때 한끼를 잘 먹었다는 느낌이 드는 맛이었다.
다른 날은 집근처에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쿠바식 빵집을 들렀다. 여기는 다양한 디저트를 진열해놓고 판매하고 있었고 쿠바 샌드위치나 다른 쿠바식 요리를 카운터에서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쿠바 샌드위치와 쿠바식 고로케를 시켰는데 함께 나온 플랜테인칩이 맛있었다. 고로케 안에는 한국의 고로케처럼 다진 돼지고기가 들어있었는데 따뜻하지 않다보니 식감이나 맛이 그렇게 좋지는 못했다.
집 근처에 있는 다른 큰 중국마트를 갔는데 상품군이 다양하다. 특히 여기서 즉석으로 만든 두유를 파는데 아주 맛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