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가 새로워졌다길래 여기로 와봤다. 스레드 써봤는데 글자 수 제한때문에 나누기가 너무 귀찮다.
Sam's Club에 한 한 달 전부터 매장에 삘릴리~하는 요상한 소리가 반복해서 들리는데 할로윈 때 마당에 설치할 수 있는 큰 해골 모형이 움직일 때마다 나는 음악소리다. 여느 때와 같이 이 요상한 음악 소리가 반복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안내 방송이 나오더니 토르티야 앞에서 무료 증정 이벤트를 한다는 것이다. 무슨 티켓을 제출해야한다길래 어떤 식으로 나눠주는지 구경이나 하자했는데 이벤트를 진행하시는 분이 티켓 없는 분 손들라하길래 손 들고 티켓을 받았다. 파란색 천으로 덮여있던 매대를 걷어내고 이벤트를 시작하는데 주방칼 세트를 파는 자리였다. 이 분의 주방칼 세일즈 피치를 다 듣고 나면 이 브랜드에서 나오는 작은 과도를 증정해준다는 것이었는데 마침 칼이 필요하기도 했고 어떤 식으로 세일즈하는지 보기도 할겸 쭈욱 지켜보기로 했다. 아주 현란한 말솜씨와 함께 칼이 얼마나 잘 잘리는지 빵도 썰고, 치즈도 썰고 심지어 망치도 썰었다. 정확히는 망치는 썬 것은 아니고 칼을 비비며 망치에서 나오는 쇠가루를 보여주며 망치의 쇠보다 튼튼한 날임을 강조했다. 중간 중간 "이것이 좋은 딜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와 같이 멘트를 통해 참여를 유도하는데 아주 정석적인 세일즈라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그 자리에서 바로 칼을 구매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병가지상사의 마인드로 차분하게 행사를 진행한 매대를 정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정말 능수능란하게 세일즈를 펼쳐넣고는 군더더기 없이 정리하는 모습이 꽤 프로페셔널하게 보였다.
Sam's Club에 한국식 닭가슴살이 들어왔다.
종종 Sam's Club에서 장을 본 것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정작 무엇을 샀는지는 잘 안 다뤘던 것 같다. 참고로 나는 일주일 식료품 금액을 $60 수준에서 위아래로 맞추고 있다. LA의 물가 수준을 고려했을 때 나름 잘 절약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비결은 어렸을 때부터 단련된 한 메뉴 오래 먹기와 선택과 집중 전략에 있다. 두 명의 식성 좋은 아들을 둔 외벌이 가정이었던 우리 집에서 어머니는 끊임없이 먹어대는 이 자식들을 먹이기 위해 어떤 요리든 한솥가득했었다. 빨래를 삶을 것 같은 냄비에 한가득 국을 끓이는 식의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절감했다.
내 개인적인 소비 성향은 15000원짜리 커피는 사마셔도 스타벅스에 돈 쓰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차라리 그 돈이면 편의점 커피 사먹는게 낫다고 생각하는데 감동을 주지 못하는 소비는 최대한 지양하고 감동을 주는 소비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편이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되어 경제적인 식료품비 지출을 달성할 수 있었는데 회사에서 먹는 점심은 Sam's Club 치킨으로 해결했다. $4.99짜리 Sam's Club 치킨을 소분하여 밥과 냉동 야채를 넣은 밥을 만들어 도시락을 만들었다. 마치 Costco 치킨 할아버지마냥 우직하게 치킨라이스를 만들어먹었고 질리지 않기 위해 매주 금요일은 일종의 치팅데이처럼 운영하며 평균 단가를 맞추는 수준에서 다른 메뉴를 추가해 운영했다. 이는 AC2의 습관형성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기도 한데 보통 사람들이 이런 습관이나 루틴을 짤 때 굉장히 Strict하게 규칙을 짜놓는데 어느정도 Slack을 허용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배웠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치팅데이를 부여했고 이 덕분인지 1년 넘는 시간 동안 큰 틀에서의 식단 구성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저녁용으로는 주말에 전기밥솥을 이용해 닭 육수를 만들었다. 닭가슴살이나 닭다리살을 이용하여 한 한 시간정도 끓여놓아 이 역시 소분해놓았다. 이렇게 소분해놓은 다음에 날마다 탄수화물과 양념을 바꿔가며 다른 요리를 해먹었다. 토마토와 와인, 당근을 넣으면 코크뱅이 되는거고 카레를 넣으면 닭고기 카레, 쌀국수를 넣으면 Pho Ga, 고추기름을 넣으면 닭개장이 되는 식으로 닭고기 수프의 범용성을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해먹었다.
예전에 시카고 여행갔을 때 인터내셔널리즘의 건물을 보고 영향을 받은 요리법이기도 하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편적일 수 있는 건물 구조만을 남겨놓으려 했던 인터내셔널리즘 건축 양식에 착안하여 닭고기 수프라는 보편적인 요리의 원소를 찾아냈다.
이러한 점심, 저녁 구성은 내가 추구하는 좋은 식단의 조건을 맞췄다.
- 충분한 Protein을 보유할 것
- 혈당을 너무 빨리 올리지 않을 것
- 붉은 육류 섭취를 제한할 것
- 일괄 생산이 가능할 것
- 하나의 식기로 제조가 가능할 것
- 냉동 보관이 가능할 것
- 평균 재료비가 $3 미만일 것
아무튼 이렇게 잘 먹어왔는데 이제 식단을 바꿔보려고 한다. 만약에 Sam's Club 치킨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면 내가 너무 취약해질 것 같아서 Risk 분산을 위해서 다음 1년을 위해 점심 메뉴를 바꿔보려고 한다. 여러가지 시도들을 해보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치킨 토마토 라구 파스타가 가장 유력하다. 결정하게 되면 공유하겠다.
지하철 역에서 본 양팔에 건곤감리가 있고 가운데에 태극기가 있는 후드 집업. 재밌는건 이 분이 지하철을 탄 역은 little tokyo였다는 점. 거듭 말하지만 주류 사회에서 아시아 각국의 문화와 맥락을 구분할만큼 섬세하지 못하다. 그러니 한국와서 합장하고 그러는 것. 역사적으로 이 주류 사회가 가지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을 채워주는 국가가 있었는데 지금 한국이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라멘집이 나스닥 상장하고, 김병헌이 괜히 스시 가게를 운영했던게 아니다.
근데 또 사실 밖에 나와서 살펴보면 동아시아는 정말 비슷한 정서와 문화를 공유한다. 여기서 만나서 지낼 때 가장 말 잘통하고, 한국인에게 우호적인 친구들은 중국인 친구들이었다. 일본인은 많이 보지 못해 이야기를 못 나눠봤지만 필시 그들과도 쉽게 친구가 될거라 생각한다. 분데스리가같은 곳에 한국 축구 선수가 가면 금방 친해지는 선수가 일본선수인 것처럼.
비싼 재료를 샌드위치 해먹는 것을 이해못하는 감성. 이런 섬세한 감성의 영역은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정 문화권에서만 통할 수 잇는 문화적 코드라 생각하는데 동아시아는 정말 비슷한 문화적 코드를 향유한다. 서로만 있을 때는 다른 점만 보이지만 다른 곳과 있을 때는 향유하는 공통점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동양평화론, 동북아 평화구상 모두 이런 맥락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라 생각한다. 세계 정세가 21세기 들어 그 어느 때보다 급박하고 불안해 이런 이야기들이 너무 이상적으로만 느껴지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럴 때가 가장 이런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인 것 같다.
이러한 동북 아시아 간의 유사성에 대해 생각하며 LA 코리아타운에 있는 라멘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아는 분을 통해 이 곳의 사장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갖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이 가게를 매물로 내놓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 사장님도 나와 비슷한 나이에 한국에서 건너와 여러 F&B 브랜드를 런칭했던 분이었다. 이 라멘 가게는 이 분의 첫 사업 아이템이었다. 한 때는 꽤 잘나갔는데 여러 비즈니스를 하면서 번아웃을 겪으며 현재는 그냥 현상 유지를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인수를 염두에 두고 일을 해보기로 했다. 라멘집이지만 불고기도 팔고 바오번도 판다. 아시아 음식 중에서 인기 있는 음식은 다 추가 되어 있고 그것이 어색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 점에서 요식업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세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 안에는 히스패닉 3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너무 익숙한 가라아게, 간장을 난생 처음 들어보는 발음으로 발음하는 친구들인데 정말 성실하게 일해서 감탄했다. 한국인이 근면 성실한걸로는 안 뒤진다고 종종 이야기했는데 이 친구들이 일하는 걸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너무 성급한 판단일 수 있지만 멕시코라는 나라의 미래가 기대가 될 정도였다. 밤 12시쯤 손님이 뜸해질 때 주방에 있는 커피와 비스킷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이 곳에서 가장 오래 일했던 친구는 진심으로 이 식당의 미래를 걱정했다. 나보고 사장 보고 자주 나와서 매장 좀 관리하라고 이야기해달라고 분노를 토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관리를 소홀히 했어도 이 매장이 돌아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이렇게 일해줄 수 있으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매장을 다시 어떻게 Reboot시킬 수 있을까. 이게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완전 새롭게 시작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지금 있는 고객 Base를 활용하면서 키워나가는게 좀 더 좋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 이번에 스타벅스로 간 치폴레의 CEO는 어떻게 접근할까.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하면서 최근에 여러 식당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Matcha Maiko라는 곳에 빠졌다. 여기 마차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다. 아주 요물스러운 맛이랄까. 이 플라자는 마라탕과 K-Pop 매장 그리고 인생네컷이 있는 딱 지금 10대-20대의 아시아 문화에 관심 많은 친구들이 좋아할 매장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교촌치킨이 K-Pop 매장 바로 옆에 자리해있었다. 몰을 둘러보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한 마라탕 가게에서 백종원이 스트리트푸드 파이터에서 마라촨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매장 외부 디스플레이에 틀어놓고 있었다. 중국어 간판에 심지어 틀어진 이 영상에도 중국어 자막이 달려있었는데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인 타겟 마라탕 매장에 백종원의 영상이 틀어져있는 것을 알면 백종원 씨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rvine 내려가는 길에 요즘 잘나가는 라멘집이 있다길래 들려봤는데 다 같은 베이스로 만드는 것이기에 역시나 맛은 비슷하다. 식당하는 사람은 천장을 본다는데, 천장이 확실히 깔끔하고 세련되다. 콤보메뉴가 있는데 밥에 다진 연어, 참치 양념을 올려주는데 별다른 공수 없이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 인상깊었다. 오이물을 줬다. 국물의 색깔이 노란빛을 띄어 매력적이었고 잘 데쳐진 유채나물이 초록색을 더해 더 맛있어 보였다. 다진 마늘을 옆에 줘 자신이 넣을 수 있는만큼 넣게 해주는데 홍대 하카다분코처럼 마늘 기계 놓고 알아서 넣어 먹을 수 잇게 하면 인기 잇을 수 잇겠다는 생각을 했다.
National Cheese Burger Day가 있었다. 이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별별 Naitional Day가 다 있는데 미국에서 이럴 때 진행되는 Deal의 헤택이 쏠쏠하다. 여러 곳의 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곳은 맥도널드였다. 치즈버거가 50Cent였다. 미국에서 이런 딜이 있을 때 좋은 점은 이런 딜하면 확실히 싸고 별다른 조건 없다. 평소에 계산할 때는 Tax도 나중에 붙이고 이런 저런 Hidden Fee가 붙는데 오히려 Deal을 할 때에는 깔끔하다.
Pulp 콘서트를 보러가면서 처음으로 LA의 대중 교통을 이용해봤다. 지하로 가는 구간이 거의 없기에 전철이라 표현하는 것이 적합할 것 같은데 LA의 전철역에는 큰 주차장이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주차비용이 무료인데, 이 광할한 땅에서 역까지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려면 오다가 지칠게 뻔하니 역까지는 자가용을 이용해서 오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는 것 같다. 100% 대중교통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내린 적절한 대안인 것 같다. 차없는 올림픽을 표방하는 곧 다가오는 LA 올림픽에서는 어떤 시도를 할지 궁금해졌다.
전철은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그냥 모든 칸에 한국 1호선 지하철의 Extreme Case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정도? 음악 틀고 랩하는 분이 있거나 엄청 큰 짐을 갖고 두 칸 이상을 차지하는 분이 있다.
랩 음악을 듣는 모습을 보면서 왜 락이 왜 랩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았다. 예전에 음악산업의 수익 구조의 관점에서 콘서트가 중요한데 락 음악은 인원이나 장비가 다른 장르보다 많이 필요한데 수익이 그에 비례할만큼 크지는 않아 인기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아직 정돈된 생각은 아니지만 콘서트가 아닌 스트리밍의 측면에서 봤을 때 음악 산업에서 의미있는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소비집단이 변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 산업, 그 중에서도 스트리밍은 소비하는데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 영역에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지불 능력보다도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써서 음악을 듣는 행위에 참여하는가이다. 이 점에서 음악 스트리밍에 관한 소비자들의 결정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정치 참여와 유사한 모습을 띤다.
이렇게 봤을 때 80-90년대에는 정치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주요 정체성 집단이 노동자 계급이었는데 오늘날에 이 노동자 계급의 정치 참여 주체로서의 정체성은 많이 퇴색된 것 같다. 이 사라진 노동자 계급이라는 정치적 공동체를 인종, 성별 등을 중심으로 한 다른 형태의 정체성 집단이 등장해 대체하였고 그들이 소비하는 음악이 오늘날에 음악 산업의 주요 분야로 떠오른 것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 중에 다른 일을 하니 LA에 와서 운전때문에 낭비하는 시간이 꽤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공연장은 Hollywood Cemetry였다. Hollywood Cemetry에서 하는 영화 야외 상영회를 가고 싶었는데 상영하는 영화가 기대가 되지 않아 가지 않았다. 이번에 Pulp 투어 중 LA일정에서 마지막 일정이 이 곳이기에 원래 예매했던 수요일 콘서트 티켓을 Resale하고 토요일 티켓으로 바꿨다. 이번에 Resale을 하면서 느낀건데 이런 Resale이 정말 활발하게 이뤄지는데 Stubhub같은 곳에서 서비스 수수료를 정말 많이 떼간다. 이들의 비즈니스 구조가 너무나도 악질적이어서 기업의 영리활동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미국에서도 조사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그럴만한 비중이었다. 근데 어쨌든 티켓 팔 수 있고 또 당일 가서는 급하게 처분하는 티켓때문에 원래 콘서트 가격보다도 저렴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사중손실은 줄겠다는 생각을 했다.
Hollywood Cemetry는 적당히 젠체하며 새로울 것 없는 감수성으로 상투적으로 감성적인 표현을 남발하는 사람이 "아, 화려했던 삶을 살았던 사람들도 결국에는 다 죽고 잊혀지는구나."와 같은 상투적인 말을 내뱉기 참 좋은 공간이었다. 곳곳 묘지에는 내가 잘 알지 못하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는 유명했을 할리우드 스타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잔디밭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나같이 혼자온 사람들은 무대 가까이서 서서 무대를 보고 있었다. Pulp의 콘서트는 8시부터 시작이었고 그 전에 다른 오프너 밴드가 와서 공연을 하는데 루프 스테이션을 활용하는 2인 밴드였는데 루프 스테이션이 들려준 곡들에서 전부 너무나도 지배적인 사운드여서 다른 사운드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엄청 감동을 받거나 참신하다는 느낌을 못받았는데 Hollywood Cemetry를 감싸는 석양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석양, Palm Tree와 묘지를 덮고 있는 잔디, 그리고 늦여름, 초가을 저녁 공기의 서늘함이 참 조화롭게 아름다웠다.
그리고 Pulp. Pulp는 내 일부와도 같은 밴드다. 중2병 시절의 나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밴드가 Pulp다. 그 당시 나는 하루 걸러 눈물을 흘렸다. 사회가 너무 부조리하고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많아서. 그리고 계급의식으로 아주 똘똘 뭉쳐있었다. 풍족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나름 준수한 학군에서 자랐음에도 어디서 기인했는지 알 수 없는 계급의식으로 가득차있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한다면 참으로 위선적이지만 Common People을 노동계급의 송가라 찬미하며 내 스스로에게 계급 투쟁의 최전선에 있는 혁명가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했다.
신나는데 슬퍼. 아니 신나서 슬퍼. 그것이 Pulp에 대한 내 감상이었고 Pulp의 음악이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이유였다. 자기연민에 빠져 징징거리지 않고 세상을 조롱하고 위선을 폭로하며 자신들의 슬픔을 어떻게든 승화시키려는 이들의 노력이 안쓰러우면서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다.
참으로 이상하고 기괴한 사람이었는데 Pulp는 이런 사람을 위한 밴드였다. 자비스 코커가 한 인터뷰에서 기괴하거나 받아들여질 수 없는 면모를 가진 이가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이 밴드였기에 밴드를 시작했다고 말한 적 있다. Pulp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노래를 만드는 밴드였다. 그 때 당시의 Pulp 감성 모르면 나가라, 즉 기괴하고 비절상적인 사람들의 피난처, 그것이 Pulp의 음악이었다. 그래서 나와 같이 Pulp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던 동지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Pulp의 공연이 시작되고 어김없이 빈티지 수트를 입고나온 자비스 코커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에 맞춰 Deborah를 외치고 첫번째 경험을 기억하는 지 물어봤다. 그리고 Common People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철없는 부르주아 따님을 함께 조롱했다. 또 이런 감동적인 콘서트를 경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홀한 경험이었다. Oasis, 한대수, Tom Waits 정도 있으려나...아무튼 나의 음악관을 형성하는 아주 중요한 한 축, Pulp를 만날 수 있었던 감격적인 시간이었다.
한인 축제에 다녀왔다. 두 개의 대로를 따라 몇 블록에 걸쳐 행사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박람회에서 자주 보이는 익숙한 폰트에 00 농업회사법인과 같은 비슷한 이름들이 줄지어 있었다. 김, 매실진액, 양념 게장 등 하나로마트에서 볼 수 있을법한 다양한 농수산 및 농수산 가공식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부스들 옆으로 K-pop과 관련한 공연을 하는 무대가 세팅되어 있었고 즉석식품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전에 Night Market에서도 봤었던 익숙한 업체들이 몇 곳 들어와 있는데 한국에서 축제하면 항상 오는 업체가 있는 것처럼 여기도 그렇게 굴러가는 것 같았다. 닭꼬치가 가장 인기가 많았고 그 외 여러가지 속이 들어간 붕어빵, 각종 분식류와 참기름 아이스크림과 같은 메뉴들이 있었다.
Cava에 다녀왔다. Chipotle가 평범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비슷한 세그먼트의 아주 훌륭한 브랜드였다. Cava와 비교했을 때 Chipotle는 어떻게 보면 맥도널드와 비슷하다고 느껴질정도로 이제 보편적이면서 일반적인 브랜드가 된 것 같다. F&B 브랜드로서 이러한 수준에 도달해서 이제 일상적인 소비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은 클래식이 될 수 있는 기회임이 동시에 브랜드로서의 참신함이 더이상 없다는 뜻이기도 할거라서 이들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운영해나갈지 궁금해졌다. 심지어 Chipotle이 Cava와 같은 신생 브랜드 대비 맥도널드와 같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욱 궁금해졌다.
Cava는 기본적인 시스템이나 구성은 Chipotle과 비슷했지만 Dip과 Dressing을 선택할 수 있었고 이게 Cava의 정체성을 다른 브랜드와 구별해준다고 생각했다. Dip에는 미국의 힙스터들이 사랑하길마지않는 후무스를 베이스로 한 다양한 Dip이 있었는데 Medietrranea Cuisine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해주는 맛이었다. 이게 Sweet Green이나 Chipotle과 같은 다른 브랜드와 명확하게 Cava를 구별시켜주는 부분이었다.
한국 음식으로도 이런 Bowl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나도 했었고 최근에 이런 시도를 하는 많은 곳들을 만났는데 Bowl을 담아내는 시스템, 구조는 흉내내는데 그 안에 들어가는 한국음식으로서의 뚜렷한 정체성을 만들어낸 곳은 못 찾은 것 같다. 이 센터를 찾아내는 곳이 한국 음식 Bowl 경쟁에서 승리하지 않을까 싶었다.
집에서 코리아타운 가는 길에 항상 줄 서 있는 버거가게가 있어서 들러봤다. 여기의 시그니처 메뉴는 Chili Burger이다. 대부분의 음식 조리 과정이 지극히 단순한 미국에서 Chili와 같이 푹 고아낸 요리들은 굉장히 정성이 들어가는 요리로 취급받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한국인 기준으로 Chili는 먹으면 도대체 왜들 이렇게 호들갑인가 싶은데 이 곳 역시 그러했다. Chili같은 요리는 잘하는 곳과 못하는 곳의 차이가 크기 어려운 음식이라는 점에서 식당에서 제 돈 주고 먹기 조금 아쉬운 음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곳의 Chili Burger도 그랬다. 익숙한 맛이고 다르기 어려운 맛이라서 특별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이날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심지어 매장 한 켠에서 Chili를 따로 포장해서 팔고 있기까지 했다. Chili같은 음식 좋아하는 미국인들 볼 때면 약간 요리 못하는 사람이 굉장히 간단한 요리보고 "어머! 이거는 손맛이 어쩌고 저쩌고."하는 걸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캠핑 용품 판매점 REI. REI 주차장에는 일단 4륜 구동인 차가 많다. 매장도 밝고 캠핑용품을 파는 곳인만큼 들어가기만해도 설렌다. 설레는 마음에 집어들뻔했지만 핸드폰을 켜 아마존에서 살펴보니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이럴 때마다 오프라인은 정말 남 좋은 장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REI 매대에서 발견한 칵테일 키트. 이거 한국에서도 인기 많을 것 같은데..
멕시칸 피쉬타코. 허름한 외관의 식당인데 맛이 기가막히다. 특히 세비체 칵테일은 타바스코의 새콤, 매콤함이 우리나라의 물회랑 비슷한 느낌을 준다. 올라가 있는 아보카도가 굉장히 잘 어울리는데 아보카도 눈감고 먹으면 참치맛 난다고 하는 이야기처럼 의외로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식재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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